현지에 도착하자마자 사흘 동안 30명의 여성과 맞선을 보고 그중 한 명과 하루 뒤 결혼식을 하고, 그런데 한국어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며 6개월 뒤에 온다던 외국인 신부는 행방불명. 사실 국제결혼 후 신부가 한국 비자를 발급받으려면 한국어 시험을 통과하거나, 지정학원에서 교육 이수 후 자체 평가시험에 통과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그사이 신부는 또 다른 중개업체를 통해 다른 남성과 결혼을 해버린 상태….
말만 들어도 답답하죠. 그런데 더 황당한 건 중개업체입니다. 신랑에게 사과하고 보상을 해줘도 모자랄 판에, 현지에서 식은 했으니 어쨌든 결혼은 한 거라며 중개비와 경비를 요구한 겁니다. 신부는 연락 두절이고 베트남까지 가서 증거를 수집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 결국 신랑은 울며 겨자 먹기로 경비를 지불해야 했죠. 한국 남성과 아시아 국가 여성 간 결혼을 중개하는 업체가 난립하면서, 상대에 대한 정보는 제대로 제공하지도 않은 채 그저 결혼을 상품 팔듯 밀어내기 한 결과입니다.
결혼을 해서 같이 와도 초스피드로 한 결혼이다 보니 서로의 문화나 생활방식을 이해하기도 힘들고 그래서 이혼을 위해 상담소를 찾는 다문화 가정 남편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다문화 가정 이혼 상담 건수 중 한국인 남편이 상담을 신청한 건 68%, 2012년까지는 외국인 아내의 상담이 더 많았지만, 이후 역전된 겁니다.
다문화 가정이 31만이 넘은 게 이미 2년 전입니다. 싫든 좋든 이제 한국은 다민족 국가로 가고 있죠. 그런데 가정을 이루는 출발점인 결혼부터 이렇게 '묻지마식'이면 어찌 되겠습니까. 제대로 된 상세정보를 배우자 양쪽에 제공할 수 있도록, 불량한 중개업체들의 영업행위를 엄격히 관리 감독하는 정부의 장기적인 대책이 꼭 필요한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