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기]자가 [척]하니 알려드립니다! '인기척'은 평소에 궁금했던 점을 인턴기자가 직접 체험해보고 척! 하니 알려드리는 MBN 인턴기자들의 코너입니다!
▶ 동네서점 바로 대출제, 무엇인가요?
평소 이사를 자주 다니기 때문에 책 구매를 꺼리는 A 씨지만 신간을 보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A 씨는 주로 전자책으로 신간을 읽다가 우연히 도서관에서 '동네서점 바로 대출제'가 생겼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곧바로 그 서점을 방문해 새 책을 빌려 읽어봤습니다. 전자책보다 종이책이 좋았던 터라 몇 차례 더 신청해보니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도서관에서 희망도서를 빌리던 때보다 훨씬 빨리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네서점 바로 대출제' 들어보셨나요?
동네서점 바로 대출제는 가까운 서점에서 책을 빌려 서점에 다시 반납하는 제도입니다. 반납된 책은 구청이 대신 사서 도서관에 장서로 보관합니다. 도서관에서 신간이나 베스트셀러는 곧바로 빌리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바로 대출제를 활용하면 신간이나 베스트셀러와 같은 인기도서를 새 책으로, 그것도 빨리 빌려볼 수 있습니다.
▶ 동네서점 바로 대출제, 왜 시작되었나요?
서울 관악구는 지난달 10일부터 동네서점 바로 대출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오지숙 관악구청 문화관광체육과 주무관은 "지역 경제 활성화와 독서문화 진흥 두 가지 측면에서 시행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좋은책서점, 그날이오면, 드림서점, 다솜문고 등 7곳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 동네서점 찾아가기 /사진=관악구청 보도자료 |
관악구는 왜 동네서점 살리기에 나선 것일까요? 퍼니플랜에 따르면, 전국에 개점하는 동네 서점은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100곳 중 16곳은 2~3년 내 폐업합니다. 대형·온라인 서점이 높은 책 공급률과 각종 혜택을 앞세워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바람에 동네서점들이 수익을 올리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동네 서점은 전체의 44.5%인 180여 곳이 서울에 몰려있습니다. 서울 지역에 동네 서점을 향한 제도적 뒷받침이 더 절실한 이유입니다. 관악구는 이 제도를 통해 주민들이 동네서점을 공공도서관처럼 이용해, 서점 경영이 나아질 수 있도록 발 벗고 나섰습니다.
↑ 2018 독립서점 증가추세 그래프 /사진=퍼니플랜 |
↑ 2018 독립서점 현황조사 그래프 /사진=퍼니플랜 |
▶ 신청 절차 간편…기자가 직접 이용해봤습니다!
동네서점 바로 대출제, 과연 유용할지 기자가 직접 빌려봤습니다. 관악구 통합도서관에 가입된 주민이라면 바로 빌려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자는 따로 회원증부터 발급받았습니다. 관악구 통합도서관 홈페이지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발급할 수 있습니다. 이후 정회원이 되기 위해 관악구 공공도서관에 한번은 방문해야 했습니다.
다음부터는 모든 절차를 앱으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앱 통합서비스 메뉴에서 동네서점 바로대출에 들어갑니다. 원하는 도서 제목 입력 후 신청 버튼을 클릭합니다. 신청자정보란에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신청 서점, 도서관을 선택하면 됩니다. 신청을 완료한 뒤 내역조회 탭에서 날짜와 진행 상황 등을 알 수 있습니다.
↑ 동네서점 바로대출 신청 절차 화면 캡처 /사진=MBN 온라인뉴스팀 |
신청한지 6일이 지나자 서점으로부터 책이 도착했다는 문자가 왔습니다. 기자의 경우 주말이 껴있었고, 대출 신청이 밀려있던 터라 이틀 정도 더 소요됐습니다. 서점에 가보니 책을 찾을 필요가 없이, 보관되어 있던 것을 건네받았습니다. 대출 기간은 2주였고, 추가로 5일 연장 가능했습니다. 새 책이 주는 쾌적함을 느끼며 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 책 도착 알림 메시지, 대출완료 도서(왼쪽부터) /사진=MBN 온라인뉴스팀 |
▶ 이용객 의견 “편리하다” vs “효율성 떨어진다”
동네서점 바로 대출제에 대한 이용객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관악구 독서동아리 회원인 류미정 씨는 ‘동네서점 바로 대출제’를 일찍 접했습니다. 지난 한 달 새 해당 제도를 두 차례나 이용했습니다. 류 씨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편하게 빌릴 수 있다며, 매월 독서 목록을 정해 이용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동안 도서관에 희망도서를 신청하면 최소 2주는 걸렸으나, 이제 2~3일 만에 서점에서 받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류 씨는 “빌려 읽은 뒤 소장하고 싶다면 즉시 구입할 수 있는 방안까지 마련되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불편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서원동에 사는 40대 박정민 씨는 “기준이 모호한데, 전집이나 시리즈물은 신청이 안 된다. 게다가 (한 번에) 두 권 이상 대출이 안 돼서 사실상 장편은 빌리기 힘든 상황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규정상, 공공도서관들이 총 6권 이상(최대 권수) 소장하고 있는 책은 대출 불가능합니다. 그렇게 되면 인기도서는 대부분 신청조건에서 벗어나 제도의 효율성이 떨어집니다. 이어 “서점이 집에서 그리 가까운 편이 아니라서 그건 조금 불편했다”는 의견도 내놨습니다. “좀 더 많은 서점이 참여해서 가까운 서점에서 대출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 서점 측 “서점에 도움이 돼요…규정 좀 더 보완됐으면”
마지막으로 ‘동네서점 바로 대출제’를 시행하는 서점들의 입장을 들어봤습니다. 좋은책서점과 그날이오면 두 곳을 방문했습니다. 좋은책서점은 문제집을 많이 파는 일반서점, 그날이오면은 인문사회과학 전문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소책자를 건네며) 혹시 이거 보셨나요? 신간 바로 대출해서 볼 수 있는데…앱을 설치해 신청하면 편해요.”
좋은책서점 사장 이정원 씨는 주문대로 온 손님에게 ‘동네서점 바로 대출제’를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건물 입구와 서점 출입문, 내부 곳곳에도 관련 안내문을 부착해놨습니다. 해당 제도가 서점 운영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있어, 긍정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 씨는 제도 시행 이전에 있었던 고충을 털어놨습니다. 단행본의 경우, 일반 고객 수요는 매출의 10% 안팎이었습니다. 매출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문제집 판매였습니다. 대형서점과 같이 10% 할인과 적립금 혜택을 제공하고, 교환·반품 기간을 늘리는 등 차별화를 꾀했지만, 고객들에게 가까이 다가서지는 못했습니다. 서점의 인테리어를 바꿔보고, 핸드메이드 사은품을 증정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습니다. 반면, 이번 바로 대출제는 고객들이 직접 전화로 문의하는 등 변화가 있었습니다. 시행 4주 차에 들어서며 극적인 변화까지는 아니더라도 점차 효과를 보이는 겁니다. 실제로 서점 책장 한 칸에는 바로 대출제 신청으로 인해 도서관으로 반납될 책들이 쌓여 있었습니다.
↑ 좋은책서점, 그날이오면 입구(왼쪽부터) /사진=MBN 온라인뉴스팀 |
한편, 그날이오면은 80년대부터 이어져내려온 명맥 있는 인문사회과학 서점입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문사회에 관한 관심이 떨어지면서 서점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날이오면 사장 김동운 씨는 다방면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면서, 요즘에는 바로 대출제가 서점 회원 유치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습니다. 취재 날만 해도 바로 대출 서비스로 4~5명 방문한 상태였고, 평균적으로 하루에 6~7명이 서점에 오고 있었습니다. 방문자 수가 일정하지는 않지만, 처음보다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김 씨는 무엇보다 회원이 아니었던 손님들이 이 서점에 관심을 가져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제도에 대해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물었더니, 미반납된 도서의 처리 시스템이 명확하지는 않다고 답했습니다. 대출한 회원이 반납을 안 하거나 연체하면 서점에서 재촉할 수도 없는 입장이라 곤란하다고 했습니다. 또 대출 책을 찾아가는 기간이 3일로 되어있는데, 이 기간이 너무 짧은 것 같다고도 했습니다.
↑ 좋은책서점, 그날이오면의 바로대출 반납건(왼쪽부터) /사진=MBN 온라인뉴스팀 |
▶ 동네서점 살리는 지원책으로 자리잡나
동네서점 바로 대출제는 얼마 전 시행 한 달을 넘긴 제도라 아직 완벽히 정착된 것은 아닙니다. 서점과 관악구 주민들은 앞으로 동네서점 바로 대출 서비스가 안정화되어 저변이 확대되길 바랐습니다. 대형 서점과 동네 서점이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한다면, 각 동네 서점을 통해 다양한 양서가 유통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대출제가 모범사례가 되어 퍼져나가면 동네 서점에 보탬이 되고, 시민들에게도 이익이 됩니다. 여건이 된다면 동네 서점을 찾아 바로 대출 서비스를 이용해보는 건 어떨까요?
[MBN 온라인뉴스팀 원은미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