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운전기사 박 씨는 60세 정년을 마치고 재고용 돼 한 달에 3백만 원 정도를 벌고 있습니다. 백만 원이 채 안 되는 연금으론 생활이 빠듯해, 일하는 걸 다행이다 생각했는데 이게 오히려 독이 됐습니다. 꼬박꼬박 나오던 연금이 대폭 깎였거든요. 박 씨의 소득이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보다 많기 때문이라는데, 고작 747원 많았음에도 연금은 20%나 깎였습니다. 2014년부터 이달까지 깎인 금액이 무려 1,500만 원을 넘죠.
현행 국민연금은 정년 이후 수령자의 월 소득이 235만 원을 넘으면 소득에 따라 최대 5년간 5%에서 50%까지 연금을 삭감하도록 돼 있습니다. 2017년 6만 4천 명, 올 3월에도 4만 7천 명이 삭감당했는데 소득이 엄청 많다면야 연금 좀 깎이는 게 대수겠습니까만, 정년 이후에도 계속 일을 해야 생계가 유지되는 사람들한텐 당장 한 푼이 아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다 보니 정년 이후 재고용 된 근로자들 중 엔 연금 수령을 아예 미루는 이도 늘고 있습니다. 그럼 연 7.2%의 연금을 더 받을 수 있거든요.
결국 일을 하면 연금을 깎고, 일을 안 하면 연금을 다 준다는 건데 연금이 넉넉한 것도 아니고, 월 몇십만 원의 연금으로 생계를 이어갈 수 없는 이들은 일을 해야 하는데 앞뒤가 안 맞는 거죠. 우리처럼 소득에 따라 연금을 삭감하는 나라는 OECD 36개국 중 단 7곳. 대부분은 소득에 상관없이 고령자의 근로를 장려하기 위해 폐지했습니다.
65세 이상의 고령 인구가 14%가 넘고, 노년층의 기준을 70세로 올리냐 마냐를 두고 논의 중인 우리 사회. 사회는 이렇게 변하는데 또 제도가 따라주질 않고 있네요. 연금 삭감제를 폐지할 수 없다면, 실제 퇴직 연령에 맞춰서 연금 수령 연령이라도 조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제도의 정책의 현실성은 대체 언제쯤 이뤄지는 건지 답답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