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작업자 3명이 숨진 서울 목동 빗물 배수시설 공사장 사고가 인재였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공사 관계자들이 피해 작업자들이 터널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유일한 탈출구였던 출입문을 닫은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임성재 기자입니다.
【 기자 】
사고 당일, 오전 7시 10분쯤 숨진 외주업체 직원 2명이 방수문을 통과해 터널 안으로 들어갑니다.
30분 뒤 수문이 열렸고, 7시 50분쯤 현대건설 직원 안 모 씨가 이들을 구하기 위해 뒤따라 들어갔지만 모두 빗물에 휩씁려 숨졌습니다.
물의 역류를 막기 위해 설치된 방수문은 밖에서 닫으면 안에선 열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숨진 작업자들은 방수문을 열어둔 채 터널 안으로 진입했습니다.
그런데 유일한 탈출구였던 이 방수문이 작업자들이 빠져나오기도 전인 오전 8시 15분쯤 닫혔습니다.
다른 공사 관계자들이 안에 동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탈출구를 막은 겁니다.
이들은 "사고를 당한 사람들이 어떻게든 물살을 피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문을 닫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방수문을 닫은 건 펌프와 전기설비 등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숨진 작업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쏟아져 들어온 6만 톤 규모의 빗물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현장 관계자 10여 명을 조사해 이 같은 진술을 확보한 경찰은 안전 관리에 과실이 드러난다면 관련자들을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입건할 계획입니다.
MBN뉴스 임성재입니다.
영상편집 : 한남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