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도 대학생처럼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골라 듣는 고교학점제가 내년부터 전국 51개 마이스터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먼저 시작한다. 올해 초등 4학년생이 고교생이 되는 2025년에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는 점을 고려해 교육과정이 비교적 탄력적인 마이스터고를 대상으로 미리 학점제를 도입해 정책 완성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다만 졸업제도와 평가방식 등에 근본적인 변화가 아직 이뤄지지 않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부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러한 내용의 '2020학년도 마이스터고 고교학점제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진로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선택·이수하고, 누적학점이 기준에 도달하면 졸업을 인정받는 제도다.
교육부는 마이스터고가 산업현장을 중심으로 이미 교육과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만큼 고교학점제를 우선 도입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유연성 확보를 위해 마이스터고 교육과정 이수 기준을 '단위'에서 '학점'으로 전환하고, 1학점 당 수업량을 현행 17회에서 16회로 줄였다. 총 이수학점도 현행 204단위에서 192학점으로 적정화해 수업시간을 줄인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줄어든 시간만큼) 학교 자율운영과목의 확대, 학교 밖 학습경험 및 공동교육과정 운영활성화 등 학생 맞춤형 교육을 실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것"이라며 "산업체, 대학 및 전문대학, 지역교육시설 등 지역사회 학습장을 활용한 다양한 학교 밖 학습경험을 학점으로 인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해 다른 전공의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제도도 마련한다. 전공 외 학과 수업을 24학점 이상 들으면 대학생처럼 '부전공'으로 인정해주는 등 학과별 칸막이를 허문다. 또 한 학과 안에서도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반 교육과정과 연계한 세부 직무경로를 개설해 해당 분야에 필요한 전문 인력 양성을 추진한다. 전자과에서 소프트웨어과 과목을 수강하거나, 소프트웨어과 안에 소프트웨어개발과정과 정보보안 과정으로 세분화하는 식이다.
교육부는 수업별로 성취도가 떨어지는 학생들에 대비해 성취평가제(절대평가) 적용 일정에 따라 이수·미이수제(pass/fail)를 단계적으로 적용할 방침이다. 그러나 학점제를 먼저 도입하는 마이스터고는 전문교과 Ⅱ만 성취평가제를 도입하고 나머지 교과는 우선 책임지도를 통해 학생들이 수업을 따라올 수 있도록 관리하기로 했다. 성취도는 A부터 E까지 다섯 단계로 나누고, E수준 범위 이내에서 최소 성취수준을 정한 뒤 이에 도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학생에 보충학습 등 '책임지도'를 실시한다.
고교학점제도 성공 여부에 핵심이 될 교원 전문성 강화를 위해서는 산학겸임교사 등 현장전문가의 교육 활동 참여를 확대한다. 또 취업지원인력과 진로전담교사를 2022년까지 모든 학교에 배치할 예정이다. 박 차관은 "기존교사들은 주전공에 부전공 확대할 수 있도록 연수기회를 주고, 자기 전공에 대해서도 사내 현장 교육을 통해 심화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현직 교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기에는 약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현직 마이스터고 교사 A씨는 "학년부장 등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할 중견교사일수록 새로운 걸 배우길 꺼린다"며 "학생 특성에 맞춘 진로교육을 추진하겠다면 처음부터 전문적인 인력을 학교에 다수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가제도와 졸업제도 개선 속도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학점제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과목을 수강해도 유불리가 없도록 모든 과목에 성취평가제가 도입돼야 한다. 또 요건만 충족하면 졸업할 수 있도록 졸업제도를 바꾸고, 재수강 등을 고려해 학년 구분이 없는
[이진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