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17일 '현대판 신문고'라 불리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오픈 된지 만 2년이 지난 현재 국민들 사이에는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청와대와 직접소통하고 사회적 이슈화를 통한 정책변경 등을 이뤄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과장·왜곡, 무분별 확산, 마녀사냥으로 이어져 특정 인물에 대한 혐오와 명예훼손까지 발생하는 단점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어서다.
우선 국민청원은 '윤창호 사건 음주 운전자 처벌 강화', '강서 PC방 살인 사건 심신미약 주장 엄벌' 등 관련 이슈에 대한 정책변경을 이끌어 낸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과장과 왜곡, 특정 인물에 대한 혐오와 명예훼손이 뒤섞인 청원이 검증 없이 확산되는 역기능도 발생하면서 장점이 크게 가려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을 몇몇 짚어보면 평창올림픽 '국가 대표 김보름, 박지우 선수에 대한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하라'는 청원 역시 두 선수가 동료인 노선영 선수를 버리고 앞서갔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정확한 내용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상호 왕따와 괴롭힘 다툼으로 변질된 상태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이수역 폭행' 사건도 그 하나다. 이 사건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게시 하루 만에 답변기준인 20만명을 넘을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게시글을 인용한 무분별한 기사가 쏟아지면서 온라인상에서 남녀 혐오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결과적으로는 올해 7월 쌍방폭행으로 남녀 각각 벌금 100만원·200만원의 약식 기소처분이 내려졌다. 이수역 폭행 사건은 지난해 11월 13일 서울 동작구 지하철 7호선 이수역 인근의 한 술집에서 남성 3명과 여성 2명이 다툰 사건으로, 남성과 여성 간 혐오 문제로 번져 논란이 됐다.
금융권에서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부작용이 나타났다. 최근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친여동생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갑질하는 오빠를 처벌해달라'는 글을 올려 정 부회장이 곤욕을 치렀다. 정 부회장이 위법과 편법을 통해 서울PMC(옛 종로학원)를 운영해 사익을 편취했다는 주장이다.
여동생이 주장한 내용 중 가족 간 감정적인 영역은 다툼의 여지가 있어 제외하더라도, 서울PMC 경영과 관련된 내용들은 법정에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일례로 서울 PMC 경영과 관련, 2017년 최초 회계장부 열람을 요청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여동생 주장은 모든 장부를 여동생과 여동생이 선임한 회계사 2명이 함께 열람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감자의 일방적 결정과 무배당 주장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여동생은 정 부회장이 감자를 통해 헐값에 소수주주 지분을 정리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소송도 진행돼 올해 1월과 지난주 1심과 2심에서 여동생 패소로 법원 판결이 난 상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정책 제안과 의견을 내는 직접민주주의의 효과도 있지만 특정 사건에 섣부른 판단이나 집단 갈등, 혐오와 명예훼손 등의 역기능 발생도 만만치 않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유도 이런 사례들이 발생해서
해당 게시판이 오픈 만 2년이 지난 현 시점에 개선에 대한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권한 밖의 무분별한 청원이 많고 사실에 기반하지 않고 분풀이 창구가 되고 있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역기능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관계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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