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전 국민을 공포에 떨게했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이 왜 이제야 용의자가 특정됐을까요?
사회부 박호근 기자 나와있습니다.
【 질문 1 】
제일 궁금한 게요. 이 사건이 처음 발생한지, 30년이 지났는데. 지금 용의자가 정해진 배경은 뭡니까?
【 기자 】
한마디로 말하면 경찰의 끈질긴 수사 집념과 과학수사 기법의 발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찰이 2016년 1월에 전국 지방청별로 미제사건 수사팀을 꾸렸는데요, 경기남부지방경찰청도 이 때부터 화성 사건을 포함해 미제사건들을 집중적으로 재검토해왔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지난 7월15일 화성 사건의 현장 증거물들을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했는데, 여기서 나온 DNA가 특정 용의자의 DNA와 일치하는 의외의 성과가 나온겁니다.
【 질문 2 】
그런데 DNA 분석기법은 1990년대 초에도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왜 그 때는 밝히지 못했을까요?
【 기자 】
경찰의 과감한 결단이 있었고, DNA 분석기법도 발전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DNA 분석은 증거물의 겉 부분을 닦아내면서 하는 이른바 '비파괴실험'으로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한 실험은 파괴실험이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더 많은 DNA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증거물이 파괴되기 때문에 다시는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파괴실험을 했는데, 비교 가능한 유의미한 DNA 정보가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 질문 3 】
그런데 용의자 혈액형이 알려진 것과 달리 O형이라는 얘기가 있던데 무슨 말입니까?
【 기자 】
네 용의자 이 씨가 처제 살해 사건으로 재판을 받았을 때 혈액형이 O형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런데 경찰이 4차, 5차, 9차, 10차 사건 범인의 정액 등을 통해 범인의 혈액형을 B형으로 판단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화성사건 수사를 했던 한 전문가는 정확하게 혈액을 뽑아 검사한 것이 아니고 현장에서 다른 사람의 체액이 묻을 수 있고 땀 같은 것이 뒤섞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경찰이 판단하고 있던 혈액형이 틀릴 수 있다는 겁니다.
반면 DNA가 일치하면 99.9% 맞다고 하고요, 동일인이 아닐 확률은 '10의 23승 분의 1'이라고 하니 거의 틀릴 가능성이 없다고 보면 됩니다.
【 질문 4 】
그런데 용의자 이 모 씨가 사형을 당할 뻔 했다면서요.
【 기자 】
네 용의자 이 모 씨는 처제 살해 혐의로 기소돼 1심과 2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가 대법원에서 "성폭행 이후 살해까지 계획적으로 이뤄졌는지가 불분명하다"며 파기 환송해 무기징역으로 감형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사형 집행은 1997년 12월 이후 아직 이뤄지지 않았는데요, 이 용의자가 사형이 됐더라면 화성연쇄살인 사건은 영원히 묻힐 뻔 했습니다.
【 질문 4-1 】
사형이 집행된 이후에는 그럼 범인의 DNA 정보는 다 없애는 겁니까?
【 기자 】
꼭 그렇지는 않아 보입니다. DNA 정보 등 이런 자료가 주로 컴퓨터에 저장돼 있기 때문에
굳이 폐기할 필요가 없어 보이고요, 폐기 규정도 특별히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질문 5 】
그런데 용의자 이 모 씨는 화성연쇄살인 혐의에 대해 부인을 했다면서요. 계속 인정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됩니까?
【 기자 】
네 용의자 이 씨는 첫 경찰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과학수사와 가학수사가 있다고 했는데요. 예전에는 위협이나 고문을 가하는 가학수사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는 상황이고요.
경찰이 앞으로 이 씨가 혐의를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명확한 추가 증거물들을 얼마나 제시할 수 있느냐가 관건으로 보입니다.
향후 조사를 위해 경찰은 수사 주체인 경기남부경찰청 인근의 교도소로 이 씨를 옮기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질문 5-1 】
처벌을 못한다는 얘기는 법정에 세울 수도 없단 얘기죠?
【 기자 】
네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는 것은 기소 자체를 못하고, 그렇게 되면 재판 절차를 못 거치기 때문에 처벌은 당연히 할 수 없습니다.
【 질문 6 】
최근 화성사건의 용의자가 밝혀졌다는 사실을 미리 SNS에 올린 사실이 있다면서요?
【 기자 】
네 지난 1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화성연쇄살인사건 진범 잡혔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었습니다.
글쓴이는 자신을 "순경 단 지 얼마 안 된 초급 경찰관"이라고 소개했는데요.
그는 "우리 서 근처에 있는 교도소에서 난리 났다"며 "십 수 년 전 보관해 두었던 화성연쇄살인사건 진범 용의자랑 DNA가 같다. 조만간 뉴스 뜰 것 같다"고 적었습니다.
이에 대해 경찰은 관련 경위를 알아보겠다고만 답했습니다.
【 질문 7 】
연쇄살인마 유영철의 예언도 있었다면서요.
【 기자 】
네 유영철은 2006년 한 주간지와 인터뷰를 했는데요.
이때 "화성연쇄살인 범인은 오래 전에 교도소에 수감됐거나 죽었을 것이다"며 "그렇지 않았다면 살인행각을 멈출 수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번에 특정된 용의자가 그전에 수감됐으니까 유영철의 관측이 맞았던 겁니다.
【 앵커멘트 】
경찰 관계자의 얘기를 들어보니 이 사건이 처음 발생했을 때 1980년대 중반만 해도 과학수사라는게 지문 채취나 족적을 뜨는 정도로 원시적이었다고 합니다.
과학수사 기법이 이만큼 발전한 것도 대단한데, 끝까지 진실을 밝히려는 집념을 보인 경찰에게도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