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 사건 유력 용의자 이 모씨(56)가 6차 사건 발생 당시 유력 용의자로 조사를 받았지만 증거부족으로 풀려났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수사팀은 목격자와 지문 등 결정적 증거가 없어 이씨를 범인으로 결론내지 못했다.
25일 경기남부경찰청 등에 따르면 당시 화성사건 수사팀은 1987년 발생한 6차 사건때 이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하고 조사를 했다.
6차 사건은 1987년 5월 9일 오후 3시 경기 화성시 태안읍 진안리의 한 야산에서 주부 박모씨(당시 29세)가 성폭행 당하고 살해된 채 발견된 사건이다.
이씨는 6차 사건이 발생한 진안리(현 화성시 진안동)에서 태어나 1993년 4월 충청북도 청주로 이사하기 전까지 이 일대에서 계속 살았다. 화성사건 10건중 모방범죄로 확인된 8차 사건을 제외한 9건중 6건이 이씨가 살던 태안읍에서 발생했다. 특히 2·6차 사건은 이씨가 살던 마을인 진안리의 농수로와 야산에서 피해자가 발견됐다.
경찰은 6차 사건 직후 탐문, 행적조사 등을 통해 이씨가 용의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그를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주민진술 등을 통해 확보한 이씨 관련 첩보를 바탕으로 지휘부에 "유력한 용의자로 보이는 인물이 있다"고 보고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씨는 며칠 후 유력 용의자에서 제외됐다. 6차 사건 현장에서 확보한 체액 등 증거물이 이씨와 일치하는지를 확인할 길이 없었던데다 6차 이전 사건에서 확보한 증거물을 통해 추정한 용의자의 혈액형과 이씨의 혈액형이 달랐고 족적(발자국)도 달랐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확보한 증거물에서 DNA를 검출해 분석하는 기술이 도입되기 전이었다. DNA 분석 기술은 마지막 10차 사건이 발생한 지 4개월이 지난 1991년 8월 수사에 처음 도입됐다. 이전까지는 혈흔을 분석해 혈액형을 파악하는 정도의 기술이 수사에 활용됐다. 당시 경찰이 추정한 용의자의 혈액형은 B형이었지만 이씨는 O형이었다.
화성연쇄살인을 재수사중인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 관계자는 "목격자·지문도 없고, 혈액형도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이씨를 풀어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후 최근 이씨 DNA가 발견된 7차 사건은 6차 사건 발생 1년 4개월이 지난 후 발생했다. 경찰 안팎에서는 이씨가 6차 사건 용의자로 지목돼 경찰 조사를 받은 뒤 몸을 사린 결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씨가 자신을 향한 수사망이 걷힐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범행에 나섰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이후에도 8차 사건과 10차 사건이 일어난 뒤 2차례 더 이 씨를 불러 조사했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이씨는 화성사건이 아닌 10차 사건 이후 2년 9개월이 지난 1994년 1월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검거됐다.
사건 당시 수사팀들은 6차 사건때 유력 용의자로 조사했던 이씨를 기억하지
[수원 =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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