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이 안전한 사회 ◆
가족에게 폭력을 행사해 법원에서 접근금지 명령을 받고도 이를 어기는 경우가 지난 3년간 1000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 전처 살해사건 발생 이후 가정폭력 가해자를 피해 가족들과 격리할 수 있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쏟아졌지만 여전히 논의가 제자리걸음을 보이면서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완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가정폭력처벌법에 따라 접근금지 명령(긴급임시조치, 임시조치) 처분이 내려진 1만9674건 중 위반 건수가 1188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시조치는 가정폭력 피해 재발 우려를 막기 위해 가해자와 피해자를 신속히 분리하기 위해 마련된 조치다. 그러나 경찰이 신청하고 검찰이 청구해 법원이 판단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이 열흘 이상 지체되는 경우가 나오면서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제도상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현장 출동 경찰에게 긴급임시조치 결정권을 부여했다. 긴급 상황이라고 판단될 경우 경찰은 가해자를 퇴거 조치할 수 있다. 가해자는 피해자의 집과 직장 100m 이내에는 접근할 수 없고 휴대폰 등을 이용한 연락도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경찰이 가해자의 항의나 소송 등을 감수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접근금지 명령의 법적 구속력이 약해 위반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실효성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접근금지 명령을 어길 경우 긴급임시조치는 300만원 이하, 임시조치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지만 이를 지불하면 명령이 해제돼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여성가족부·법무부·경찰청 등 정부기관이 법 개정 추진을 시작했다. 접근금지 명령 위반시 가해자 유치 등 피의자 처벌 강화 등의 법안도 마련됐다. 그러나 국회에 계류되면서 법적 해결책 마련이 1년 가까이 지체되고 있다
박완수 의원은 "특수관계를 악용한 강력범죄가 재발되지 않도록 국가가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접근금지 명령 위반에 대한 처벌을 징역형, 벌금형 등으로 강화하고 반의사불벌죄 적용에서 배제 시키는 등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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