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막으로 유명한 전남 벌교에는 '꼬막웰빙센터'라는 게 있습니다. 100억 원의 국비와 군비를 들여 지은 건데, 찾은 사람은 3년간 평균 200여 명이 전부입니다. 코앞에 수산시장이 있어서 누가 봐도 수익성이 없는데, 전남도의 사업성 여부를 따지는 투자심사를 멀쩡히 통과해 지어진 겁니다.
7억 원짜리 화장실도 있습니다. 경북 군위군이 지역 특산물인 대추를 홍보한다며 정원을 조성하고, 한가운데 7억짜리 대추 조형물을 설치했죠. 그런데 이 조형물이 바로 화장실이었습니다. 마을에서 뚝 떨어진, 한적한 도로변에 있는 정원 화장실을 누가 이용할까요. 화장실 하나 보러 굳이 정원까지 가야 할 이유도 없죠.
강원 고성군이 장독을 홍보한다며 만든 '항아리 조형물 센터'는 완공 후 7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허허벌판에 방치돼 있습니다. 완공과 동시에 폐쇄돼 세금 14억이 공중으로 사라진 겁니다.
이런 현상은 '지역 상징 조형물'로 가면 더 심해집니다. 밥도 못 짓는 5억 원짜리 '대형 무쇠솥', 성의 상품화라는 논란에 휩싸인 소양강 '마릴린 먼로 동상' 등등 내 돈이라면 저랬을까 싶을 것들이죠.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병 동상'을 세우고, 산꼭대기에 '태권브이 로봇'을 설치해야만 지역이 홍보되고 마을 경제가 살아날까요. 여기에 미적 가치도 반영되지 않는 조형물과 건축물을 맘대로 지어놓고 보라고 요구하는 건, 공공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돈 쓰고 욕먹는 지역 랜드마크가 더 나와선 안 되겠죠. 시작 전에는 사업의 타당성을 꼼꼼히 점검하고, 만든 후에는 잘 운용이 되는지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합니다. 국민의 세금을 쓰는 일이니 더 그래야 하는 거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