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경찰이 수사하는 주요 사건에서 법률전문가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언론 등 각계 전문가가 참여해 심사할 수 있게 된다. 또 고소와 고발을 당하면 즉시 피의자 신분이 되는 관행도 개선해 무분별한 피의자 양산과 인권침해를 막을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된다.
23일 경찰청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경찰수사를 새롭게 디자인하다'라는 제목의 경찰수사 미래비전 보고서를 내놨다.
경찰의 날 주간을 맞아 발표한 이번 보고서에는 국민중심 수사, 수사품질 균질화, 책임성·윤리의식, 스마트 수사 환경 구축 및 인재양성 등 4개 분야 80개 세부과제가 담겼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체계에 대한 일종의 로드맵인 셈이다.
보고서에서는 내년 초 도입 예정인 '경찰 사건심사 시민위원회'가 눈에 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시민위원회는 법률전문가와 학계·언론계·시민단체 관계자 20~50명으로 구성된다. 사건 관계인이 이의를 제기하거나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건의 경우 시민위원회는 심사를 통해 수사계속 여부, 구속영장 신청 여부, 종결 등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고소장이 접수되면 대상자를 무조건 피의자로 입건하는 관행도 바꾸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장이 접수된다 해도 내사부터 진행 후 범죄혐의가 있다고 판단될 때 입건하도록 절차를 변경할 방침"이라며 "형사소송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내부적으로도 이런 관행을 먼저 바꿔나가겠다"고 말했다.
불필요한 구금을 막기 위해 구속된 피의자의 송치 기한은 현행 10일에서 7일로 단축할 계획이다. 다만 이는 입법과정이 필요한 만큼 중장기 과제로 분류됐다.
이 밖에 경찰은 현장 인권상담센터 확대, 공보제도 개선, 수사심사관 신설, 검경 간 부당한 실무 관행 개선, 차세대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개발 등 과제도 세부 추진 과제로 삼았다.
경찰이 이같은 보고서를 내놓은 것은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내부 개혁 과제를 점검하고 검찰보다 한발 앞장서 개혁을 이뤄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80개의 과제 전체에 연내, 2020년 초, 2020년 내, 중장기 등 세부적인 달성 시기를 목표로 정하고 입법 과정이 필요한 과제 역
경찰 관계자는 "경찰개혁위원회 권고 등을 바탕으로 심야 조사 제한 등 많은 개혁을 추진해왔다"며 "이에 그치지 않고 형사사법의 출발점을 책임지는 주체로 새롭게 거듭난다는 목표로 각 과제를 준비하고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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