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경기도에 거주하는 김 모씨는 한 프랜차이즈 치킨집에서 배달 주문을 시켰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치킨 몇 조각이 마치 한 입 베어다 문 것처럼 먹다 남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배달기사가 음식을 몰래 빼먹은 것은 아닌지 의심한 김씨는 직접 거주지 CCTV를 돌려봤다가 경악했다. 지하 주차장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대행 기사가 순살 치킨을 몰래 빼먹는 장면이 CCTV 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점주에게 항의를 해봤지만 "잘 몰랐다. 죄송하다"는 대답 밖에 들을 수 없었다.
치킨, 피자, 떡볶이, 족발 등 배달음식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고객이 주문한 배달음식을 배달 대행사의 기사가 몰래 빼먹는 배달사고가 종종 발생해 음식점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잦은 배달 사고에 일부 점주들은 '배달 스티커'를 도입해 고객 달래기에 나서 눈길을 끈다.
24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배달앱 시장은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3347억원이었던 배달앱 거래 규모는 지난해 3조원으로 5년새 10배 급증했다. 배달앱 이용이 늘면서 소비자 불만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배달음식 관련 소비자 불만은 총 483건으로 2017년(394건) 대비 22.6% 늘어났다.
특히 일부 배달 대행 기사들의 '음식 빼먹기'가 의심된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 실제로 인터넷에는 대행 기사들에게 들키지 않고 음식을 빼먹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글이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관련 업계 종사자로 추정되는 한 사람이 지난 7월에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글을 보면 가장 쉽게 빼먹을 수 있는 배달 음식은 탕수육과 순살 치킨 등이다. 반면 난이도가 가장 높은 음식은 떡볶이, 감자탕 등 각종 국물 요리다. 용기에 소스 자국이 남거나 포장지를 벗길 경우 음식이 빨리 식기 때문이다.
일부 점주들은 음식 빼먹기가 의심되는 경우에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배달 대행사를 이용하고 있다. 음식 배달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음식 제조와 배달의 분업화도 빠르게 진행됐다. 배달 주문이 들어왔을 경우 점주들이 '콜'을 넣으면 선착순으로 대행 기사들이 주문을 소화한다. 대행사는 점주들에게 월 고정비를 받고 그 외 건수에 따라 추가 수당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점주들은 대행사와 고객 중간에 낀 '을'의 입장에 놓인다. 고객 불만이 쌓여 안 좋은 후기가 인터넷, SNS 등에 퍼질 경우 장사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는다. 대행 기사들의 갑질 담합행위도 무섭다. 배달 경쟁이 치열한 수도권은 덜하지만 일부 지방에서는 점주가 대행 기사들에게 불만을 제기할 경우 해당 음식점의 콜을 단체로 거부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각 지역의 대행 기사들이 모여 있는 카카오톡 단체방에서는 배달 기사에게 불만을 제기한 음식점을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리스트에 올라간 음식점의 점주는 황금시간대에 몰려오는 배달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피해를 입게 된다.
부산에서 부모님이 배달 음식점을 운영하는 정모 씨(27)는 "예전에 태도가 불량한 한 대행 기사에게 아버지가 불만을 표시한 적 있는데 그 후로 기사들 단톡방에서 '아예 콜을 잡지 말라'는 말이 나왔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배달앱 업체의 대응도 소극적이다. 점주로부터 불만이 접수될 경우 소속 대행 기사를 해고하거나 주의를 주기 보단 '왜 걸렸느냐'는 식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동에서 피자집을 운영하는 장 모 씨(52)는 "대행사에 항의를 해도 그냥 쉬쉬하고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일부 점주들은 대행 기사들의 배달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배달 스티커'를 도입하고 있다. 해당 스티커는 '봉인해제' '안심 스티커'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고 '스티커가 없거나 포장훼손이 흔적이 보이면 매장에 연락주세요'란 메시지가 남겨져 있다.
경기도 부천시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이 모 씨는 "소비자 민원이 제기돼 인터넷 후기에 오를 경우 장사가 치명적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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