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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대자보가 국내 대학 캠퍼스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마음대로 훼손하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서울대 학생들은 지난 6일 홍콩 지지 내용의 포스트잇 메모를 붙일 수 있도록 '레논 벽(Lennon wall, 1980년대 공산주의에 반발한 체코 젊은이들이 비틀즈 멤버 존 레논의 가사를 벽에 쓴 자유 표현 행위)'을 마련했지만 중국 유학생들이 "홍콩은 영원히 중국 땅이다" 등의 글귀로 훼손하는 일이 벌어졌다.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학생들도 지난 12일 'Free Hong Kong(홍콩을 해방하라)', 'Revolution of our times(우리시대의 혁명)' 등이 적힌 현수막을 설치했지만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남녀 2명에 의해 무단 철거됐다. 현수막을 내건 당사자가 철거 광경을 영상으로 촬영하며 항의하자 이들은 "중국 정치가 한국이랑 무슨 상관 있어?"라며 신경 끄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이밖에도 고려대, 한양대, 한국외대 등에서 홍콩 시위를 지지하기 위해 내건 대자보나 현수막이 잇달아 훼손되면서 국내 대학생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온라인 설전도 격화되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고려대 홍콩 지지에 대한 중국 유학생들의 반응'이란 제목으로 게시글이 올라왔다. 홍콩 시위 관련 토론회를 개최한다는 포스터 위에 '중국 내부정치인데 무슨 상관이냐',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사람의 엄마는 위안부다', '독도는 일본땅', '김정은 만세' 등 욕설과 무례한 표현이 가득하다는 것이다. 일부 중국 학생들은 대자보를 붙인 한국 대학생의 신상을 공개 하겠다며 얼굴을 찍어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를 접한 국내 누리꾼(10무더****)은 "홍콩을 지지하는 한국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고국으로 돌아가라"고 말했다. 다른 누리꾼(14명쿠****)도 "대자보가 무슨 뜻인줄 모르나"면서 "의견을 표현하고 싶으면 똑같이 대자보를 작성해 붙여라"고 비판했다. "홍콩인들의 시위를 폭동이라고 규정 지으면서 타인의 표현 자유를 무시하는 중국인들은 뭐라고 규정할 것인가"(chas****)라는 누리꾼의 반응도 눈길을 끌었다.
중국 유학생들 역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홍콩 시위가 민주적인가 폭행인가'란 게시글을 올려 맞섰다. 글쓴이는 "홍콩 시위자들은 지하철역에 방화하고 백화점을 파괴하는 등 사적인 욕망을 이루기 위해 조국을 분열하고 있다"면서 "중국인들은 국가 통일과 안전을 지킬 책임이 있으며 한국인들은 내정 간섭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다른 게시글에도 '홍콩 경찰 지지한다', 'One China(하나의 중국)' 등의 목소리를 내는 중국 유학생들을 볼 수 있었다.
이를 접한 중국 누리꾼들은 자신들의 SNS인 웨이보에 '이런 한국 대학 따위가 우수한 학생들이 모인 상위권 대학이란 사실에 실망했다', '한한령을 찬성한다', '한국으로 유학오지 말자. 이런 나라에 돈을 쓰는 게 부끄럽다' 등의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한편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연세대 신촌캠퍼스에 게시된 '홍콩 지지' 현수막이 무단으로 훼손된 사건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지난 13일 밝혔다. 경찰은 이번 사건의 경우 재물손괴죄 혐의가 적용 가능하다
대자보, 게시물 등을 무단으로 훼손하면 형법 제366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만약 단체로 이런 시도를 했다면 형법 제 369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과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도 있다.
[디지털뉴스국 이세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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