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한 시민이 일본 불매운동 배너를 지나치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일본 불매운동은 6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캐리어 끌고 공항 가는 게 사실 좀 두려워요"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고등학교 3학년 홍다은 양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일본 유학을 준비했다. 중학교 시절 미디어를 통해 일본 문화를 접하며 유학을 결정한 홍양은 3년간 EJU(일본유학시험)를 준비하기 바빴다. 원래도 읽고 쓸 줄 알았던 일본어도 제대로 다시 배웠다. 지난해는 지원할 대학도 알아봐야 했다. 그러던 중 한일관계가 경색되고 불매운동이 시작됐다. 지난 2019년을 한국 수험생으로, 일본 유학 준비생으로 살아갔던 홍양은 이렇게 회상했다.
"학교에서는 (유학 준비를) 보장해주는 분위기였어요. 친구들도 제 주변에선 시국에 대한 얘기를 자제했죠. 하지만 먼 친척들이나 유학 준비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처음으로 일본 유학 사실을 밝힐 때는 '이 시국에?'로 시작하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어요. 입시 스트레스까지 겹치니 많이 힘들었어요. '난 왜 하필 일본일까'하고요. 실제로 유학을 포기하는 사람도 봤어요. 당장 면접을 보러 일본을 가야 하는데 캐리어 끌고 공항 가는 게 사실 좀 두려워요. 유학 준비하는 친구들과 자주 위로해요. 우리는 3년간 공부해왔는데 운이 안 좋게 시기가 지금일 뿐이라고요"
◆"저도 저만의 불매운동을 하고 있어요"
서울 마포구에 살고 있는 이기훈씨는 피규어 판매 업계에서 4년째 일하고 있다. 판매 제품은 대부분 일본 제품이다. 뜻이 있거나 피규어를 좋아해서 시작한 일은 아니었지만 영업에 재미를 붙이며 근무하고 있다. 이씨는 불매운동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피규어 업체의 경우 거기서 다행히 비껴간 케이스라고 전했다. 피규어 시장의 경우 두터운 마니아층이 있어서다. 업계 전체적으로 보면 매출이 줄고 흔들리는 회사들도 있었지만 불매운동 외에도 환율 탓도 크다고 밝혔다. 이씨가 말하는 이야기도 비슷했다.
"처음 보는 사람이나 제 직업을 모르는 사람들을 만날 땐 자연스럽게 직업 얘기가 나오잖아요. '무슨 일 하세요?'라는 질문에 '피규어 팔고 있습니다'라고 얘기할 때 위축이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직업을 말하게 되면 혹시나 안 좋게 생각하는 것 아닐까 걱정되는 게 사실이에요. 혼자 눈치를 보게 되는 거죠. 무고한 피해가 없는 불매운동이 되면 좋겠어요. 감정적으로가 아니라 자신의 기준에 맞게, 자신만의 불매운동을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저도 제가 할 수 있는 불매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정말 억울한 분들은 강제징용 어르신들이죠"
지난 8일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생각을 밝힌 방송국 PD 공태희씨는 지난해 1월 '골목도쿄'라는 책을 냈다. 공씨는 외국이 우리를 더 잘 보이게 하는 돋보기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 돋보기로 공씨는 일본을 택했다. 그는 일본을 200번 이상 드나들며 일본 문화를 체득했다. 일본이라는 이웃에 대한 이해는 결국 우리를 이해하는 데 기초체력으로 작용한다고 전했다. 책도 일본을 알수록 우리 모습이 더 잘 보인다는 취지로 썼다. 공씨는 불매운동으로 일본 관련 서적이 안 팔리고, 강연도 없어졌지만 피해를 봤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가 겪는 '이 시국'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피해라고 한다면 '골목도쿄'가 덜 팔리는 정도, 강연은 줄어든 정도가 아니라 9월 이후 전혀 없습니다. 그런데 이걸 피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일본 식자재를 취급하는 도소매상과 일본과의 무역이 생업인 소상공인의 고통에 비하면 별일 아닐 겁니다. 저는 억울하지도 상처받지도 눈치를 보지도 않습니다. 정말 상처받고 억울한 분들은 위안부, 강제징용 피해자 어르신들이지 우리가 아니니까요"
취재로
[디지털뉴스국 김형준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