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기]자가 [척]하니 알려드립니다! '인기척'은 평소에 궁금했던 점을 인턴기자가 직접 체험해보고 척! 하니 알려드리는 MBN 인턴기자들의 코너입니다!
설 명절 이용객들에게 들어보니 "좌석 좁고 화장실 이용도 어려워 불편"
민족 대명절마다 귀성 전쟁이 낯설게 느껴졌던 휠체어 장애인들. 기차, 지인 차량 등이 있긴 하지만 이동에 제약이 있다 보니 고향 방문은 꿈조차 꾸지 않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번 설에는 조금은 다를 줄 알았다고 합니다. 바로 '휠체어 탑승 고속버스'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0월 28일부터 서울-부산, 서울-강릉, 서울-전주, 서울-당진 간 4개 노선에 1일 평균 2~3회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고속버스를 시범 운행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도움이 됐는지, 휠체어 장애인들의 귀향길을 취재해봤습니다.
▶ 버스표 예매 시도부터 '삐그덕'
'휠체어 탑승 고속버스' 운행 지침에 따르면, 예매 방법은 간단합니다. 희망자는 버스 탑승일 기준 3일 전까지 코버스(www.kobus.co.kr)에서 고속버스 승차권을 예매하면, 버스회사는 탑승 설비를 갖춘 운행 차량과 휠체어 승강장치 등 사용 방법을 숙지한 운전자를 해당 일자에 배치합니다. 정말 쉬운지 저도 한 번 예매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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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설 연휴 휠체어 고속버스 배차 조회가 불가하다는 팝업창 문구 /사진=코버스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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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여전히 예매사이트 상에서는 휠체어 고속버스 배차 조회가 불가능한 상태 /사진=코버스 캡처 |
하지만 1월 15일 오전, 설 연휴 동안 예매 가능 노선은 겨우 1곳, 서울–당진 뿐이었습니다. 나머지 3개 노선은 '조회되는 배차가 없습니다.'라는 팝업창만 보였습니다. 해당 버스회사와 국토교통부에 문의한 지 이틀이 지나서야 4개 노선 모두 예매가 가능했습니다.
▶ 설 연휴 나흘 간 휠체어 고속버스 탄 승객은…겨우 1명?
예매부터 순조롭지 않아서 그랬을까요.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설 연휴 나흘 간 휠체어 버스를 이용한 승객은 단 1명에 그쳤습니다. 참담한 결과였습니다. 장애인들은 왜 휠체어 탑승 고속버스를 외면할까요?
▶ "좌석 좁고 4~5시간 동안 화장실 한 번 못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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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 연휴 첫날, "버스타고 고향가고 싶다"고 외치며 거리로 나온 광주 지역 장애인 활동가들 /사진=MBN 온라인뉴스팀 |
설 연휴 첫날, 광주광역시에서는 한 장애인 단체의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광주 장애인자립센터 관계자 배 현 씨는 "휠체어 탑승 고속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기차나 KTX를 먼저 타야 하는 불편이 있다"며 "강산도 10년이면 바뀌는데, 내가 태어나 성인이 될 때까지 바뀐 게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한정된 버스 노선을 꼬집은 것입니다.
또 다른 장애인 고명진 씨는 예매사이트에 접속했다가 기겁한 사연을 소개했습니다. 설 명절 기간에는 승강장이 설치된 휴게소를 못 들를 수도 있다는 공지 때문입니다. 고 씨는 "그냥 타지 말라는 말 같다"며 "몇 시간 동안 화장실도 못 가는데 누가 버스를 타겠느냐"고 하소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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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속도로 정체로 지정 휴게소 이용하지 못할 시 장애인 화장실 이용이 불가할 수 있다는 안내 문구 /사진=코버스 캡처 |
▶ 실제 버스 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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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 연휴를 앞둔 22일, 휠체어 고속버스 타고 강릉 여행을 떠나는 김순정 씨 /사진=MBN 온라인뉴스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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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휠체어 고속버스를 이용해 강릉 여행을 떠나는 김순정 씨 /사진=MBN 온라인뉴스팀 |
설 연휴를 앞둔 22일, 서울-강릉 노선을 예매한 장애인 김순정 씨를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대기실에서 만났습니다. 김 씨는 처음 타는 고속버스에 대한 기대로 들떠 보였습니다. 며칠 후 후일담을 들어봤습니다. 김 씨는 "고속버스 휴게소에서 휠체어 상하차는 편했지만, 장애인 화장실에는 청소용품이 있었고, 휴게소 식당에서는 장애인이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없어 불편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휠체어 고속버스 이용자는 "휠체어 좌석이 좁고, 안전벨트가 어깨나 가슴을 눌러 불편하다"고 말했습니다.
▶ 노선 다양화 또는 다른 교통수단과의 연계가 과제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 협의회는 "KTX가 이미 운행되고 있는 노선을 시범사업으로 하면 실효성이 없다"며, 노선 다양화의 필요성을 지적했습니다. 다만 휠체어 버스 운영에 따른 손실을 버스 회사가 감당해야 하는 현실을 감안했을 때, KTX로 주요 역에 이동한 뒤 장애인 콜택시나 셔틀버스 등 다른 교통수단과의 연계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며, 모니터링을 통해 점차 개선해나가겠다는 계획입니다. 특히 더 많은 사례 수집을 위해 지난달 말로 끝났던 시범 운영 기간을 올해 말까지로 확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내년 설에는 휠체어 고속버스를 타고 즐겁게 고향 가는 장애인 수가 늘어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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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 온라인뉴스팀 김민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