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가 20일 대구를 중심으로 이틀째 급증하며 지역사회 감염이 본격화하자 시민들이 '안전지대가 없다'는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전날에 이어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한 데다, 제주·전주 등에서도 처음으로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발생 지역이 넓어지자 염려도 커지는 상황입니다.
많은 인원이 모이는 종교시설이 '슈퍼 전파'의 진원지로 드러나면서 당분간 종교활동을 자제하는 등 사람이 많은 곳은 가급적 방문하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습니다.
전국 주요 도시가 고속철도 등 교통망으로 연결돼 이동이 편리해진 시대여서 '슈퍼 전파지'의 바이러스가 서울 등 다른 지역으로 언제든 재전파될 가능성도 우려를 부르는 한 요인입니다.
◇ 대구→서울 열차 '바이러스 옮길까' 불안
확진자가 이틀째 무더기로 쏟아져나온 대구는 서울·부산 등 대도시와 고속도로 및 KTX로 직접 연결돼 있습니다. 대구에서 고속도로로 4시간 안팎, KTX로 불과 1시간 40분 만에 서울에 닿고, 부산과는 더 가깝습니다. 평소 이런 교통수단을 이용할 일이 많은 시민은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제주에서 복무 중인 해군 병사가 이날 새로 확진 판정을 받았고, 최근 휴가를 받아 대구를 방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시 간 전파 우려도 커졌습니다.
전주에서도 28세 남성이 새로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지역사회 감염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실제로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일어난 '슈퍼전파'와 관련된 31번 환자가 대구 일대뿐만 아니라 서울 강남구와 경북 청도군에 방문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대에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경북 청도군 대남병원에서는 병원 내 확진자 13명 중 1명이 사망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첫 사망자가 됐습니다. 당국은 31번 환자와의 연관성을 조사 중입니다.
◇ 종교활동·여가활동 당분간 자제
대구에서 확인된 '슈퍼 전파자'는 신천지 대구교회 교인이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0일 현재 이 교회에서는 총 43명의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한 공간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예배당·성당·사찰 등에서의 종교활동을 당분간 자제하겠다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주부 안모(54) 씨는 "종교행사를 하다가 단체로 감염된 사례가 생긴 것 자체로 불안해지는 게 사실"이라면서 "그동안은 마스크를 쓰고라도 주말마다 교회에 갔는데 이제는 당분간 안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실내 공간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영화관·공연장·체육관 등을 찾는 게 꺼려진다는 시민들도 많아 여가활동 위축이 예상됩니다.
대학생 장윤희(25)씨는 "원래 한 달에 3번 정도는 영화를 보고, 한 번 정도는 뮤지컬을 봤는데 몇 시간 동안 여러 사람이 한 공간에 있는 게 위험할 것 같아 예매를 다 취소했다"고 말했습니다.
◇ 감기 등 일시적 증상에도 "혹시…"
지역사회 감염 확산으로 '어디에 감염원이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이 커지자 감기 등 일상적인 증상에도 코로나19 감염을 의심하는 이들도 늘고 있습니다.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일하는 박모(29)씨는 "체온계로 재 보면 열이 없는데도 자꾸만 머리가 아프고 마른기침도 나 마치 '상상 코로나'를 앓는 것 같다"며 "평소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오가던 호텔에서 일하는 데다, 서울에서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자꾸만 불안감이 커져 그런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대학생 김선호(25)씨는 "평소 같았으면 가벼운 감기 증상으로 넘어갔을 일도 코로나19와 연관성을 생각하면 갑자기 무서워진다"며 "어디에도 안전지대가 없다는 생각에 예민해지고 당황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직장 등에서는 평소라면 신경 쓰지
서울 시내 대학 연구실에서 일하는 송모(34) 씨는 "원래 비염이 있어서 기침을 자주 하는데, 요새는 기침을 하면 주위에서 굉장히 불안해한다"면서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외출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