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시장의 현주소를 짚어보는 기획 취재, 두 번째 순서입니다.
외국어고 같은 특목고에 대한 선호도가 커지면서 영어권 국가로 조기 유학을 다녀오는 학생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특목고 입시학원에는 이른바 '해외파' 학생들이 다수를 차지합니다.
황재헌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서울 강남에 있는 외국어고 입시 전문학원입니다.
학원 수업중인 중학 3학년생 20명에게 해외 어학연수를 다녀왔느냐고 물었습니다.
- "해외연수경험있는 학생 손들어주세요" -
5명 가운데 4명꼴로 해외연수를 다녀왔습니다.
강남의 또 다른 외고 입시 학원을 조사했더니 수강생 절반 이상이 어학연수를 다녀온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어학연수는 이처럼 특목고에 가기 위해 초등학교 때 거쳐야 하는 필수과정이 되다시피 했습니다.
▶ 인터뷰 : 박지윤 / 서울 서일중학교 2학년
- "제가 평소에 영어를 너무 못했는데 유학 갔다 온 게 훨씬 도움이 되고 특목고 진학하는 데 많이 도움이 돼요."
▶ 인터뷰 : 신인규 / 서울 언주중학교 3학년
- "한국에 돌아오니까 리딩하고 리스닝 같은 게 참 편하게 잘되는 것 같아요."
특목고 입학이 명문대 진학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학부모들도 해외연수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 인터뷰 : 외고 준비생 학부모
- "초등학교 때 많이 갔다 왔어요. 아무튼, 이쪽에서는 학원으로 해서도 많이 가잖아요. 아무래도 영어의 중요성이 지금보다 점점 더 부각되고 하니까…."
조기 유학은 한 해 21조 원에 이르는 사교육비를 늘리는 또 다른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 유학비용은 1년에 평균 6천만 원 이상이 들고, 최근에 인기가 높아진 동남아도 2천5백만 원을 들여야 어학연수를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사교육을 받아야만 특목고에 갈 수 있게 된 것은 입시 시험 때문이라는 지적입니다.
문제가 중학교 과정에서 출제되지 않다 보니 공교육에서 소화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겁니다.
▶ 인터뷰 : 윤지희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 "학교의 내신과정을 초과하는 어려운 시험문제를 낸다거나 또는 경시대회 입상자를 우대한다거나 하는 입시정책을 쓰면서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교육과학기술부도 사교육비 상승의 원인을 특목고로 보고 입시문제를 교과 내에서 출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외고 등 특목고의 우수학생 유치경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 시험 문제의 난이도 조정은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mbn뉴스 황재헌입니다.
< Copyright ⓒ m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