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등 혐의로 재판을 받던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공소장에 범죄단체와 관련된 혐의를 추가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4일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사기·범죄단체 조직 등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6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 등 6명은 "대출금을 상환하면 더 낮은 금리로 대출해 주겠다"며 불특정 다수를 속여 2018년 8월부터 작년 1월까지 총 141회에 걸쳐 18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이들은 국내 현금인출팀, 중국과 국내를 오가며 총책 지시사항을 전하는 연락책, 대포폰·통장 모집책, 가로챈 돈을 중국에 보내는 인출책 등으로 역할을 나눠 범행을 공모했다.
1심은 이들에게 사기·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를 인정해 징역 2년 6개월~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후 검사가 공소장에 범죄단체 조직·활동·가입 혐의를 추가해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공소장 변경을 허가했다.
범죄단체 혐의는 '사형이나 무기징역, 4년 이상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나 집단을 조직한 경우'에 적용된다. 2심은 이들의 범죄단체 조직·활동·가입 혐의도 인정해 징역 2년 6개월~4년 6개월을 선고했다. 관리자급 총책이었던 A씨는 범죄단체 조직 혐의가 적용되면서 징역형 형량이 1년 늘어났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이 공소장 변경을 허가한 것은 잘못"이라며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파기 환송했다.
재판부는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의 사기 등 개별적인 범행과 범죄단체 조직·가입·활동 혐의는 범행일시와 공모관계 등에 있어서 현저한 차이가 있다"고 판단했다. 법죄단체 관련 혐의는 사실관계에서 사기죄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공소장에 추가할 수 없
대법원 관계자는 "범죄단체 조직·가입·활동죄와 범죄단체가 저지르고자 한 개별 범죄는 서로 달라 어느 한 쪽을 공소장에 추가할 수 없는 실체적 경합범 관계에 있음을 명시적으로 밝힌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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