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불펜의 역할은 눈앞의 타자와의 승부다. 아웃 카운트 1개만 잡으면 된다. 피해서는 이길 수 없다. 롯데 자이언츠가 가까스로 이겼다. 수차례 위기를 맞은 웃지 못한 불펜 방화 후유증이다.
롯데가 1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3 프로야구 LG 트윈스와의 경기서 4-3으로 이겼다. 시리즈 1승1패, 승부 원점. 선발 투수 김수완이 시즌 두 번째 선발 등판서 5⅓이닝 무실점 호투로 시즌 첫 승을 따냈다. 6피안타 2볼넷을 기록했지만 탈삼진 2개를 엮어 실점 없이 막아냈다. 3회부터 제구가 잡힌 호투로 LG 타선을 제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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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펜을 신뢰한 이른 교체 시기였을까. 이명우는 LG의 베테랑 두 타자를 요리하지 못했다. 연속 안타를 얻어맞고 1사 1, 2루 위기를 맞았다. 역할 수행 실패. 결국 이명우는 불펜으로 돌아선 김승회로 교체됐다.
김승회도 정면 승부를 하지 못하고 불을 질렀다. 연속 세 타자를 상대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지 못하고 불리하게 경기를 리드했다. 2B 불리한 볼카운트 승부서 정의윤에게 좌전안타를 내주고 1사 만루 상황을 자초했다. 김용의를 상대로도 2B로 시작했다. 결국 3B1S 승부 끝에 밀어내기 볼넷으로 첫 실점을 했다. 1-3 추격 허용. 불안감이 엄습했다.
최근 타격감이 좋은 최경철과 문선재와의 승부. 최경철을 상대로 초구는 또 변화구 볼이었다. 방향을 바꿨다. 롯데 포수 강민호가 적극적으로 김승회를 리드했다. 유인구 대신 직구로 승부수를 던졌다. 최경철의 허를 찌른 3구 직구로 삼진 처리. 급한 불을 껐다. 김승회도 자신감을 찾았다. 계속된 직구 승부로 처음 2S 유리한 볼카운트로 승부했다. 문선재를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은 타자를 압도할 정면 승부였다. 강민호의 탁월한 리드로 위기를 넘긴 순간이었다.
하지만 7회 위기는 또 찾아왔다. 김승회는 첫 타자 이대형과 9구 승부 끝에 좌전안타를 얻어맞은 뒤 오지환 타석 때 폭투로 무사 2루 위기에 몰렸다. 오지환과 정성훈을 내야땅볼로 잡는데 성공했지만, 추가 실점을 피할 수는 없었다. 2-3으로 추격을 허용한 김승회는 불펜 역할을 완벽히 수행하지 못했다.
바뀐 투수 강영식 역시 박용택을 상대로 불리한 풀카운트 승부 끝에 2사 이후 중전안타를 맞았다. 이병규를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며 추가 실점은 없었다. 8회에도 선두타자 정의윤에게 우전안타를 맞은 뒤 상대 집중력 부재로 위기를 넘겼다.
마무리 김성배도 다르지 않았다. 4-2로 앞선 9회 1사 이후 불리한 볼카운트 승부가 또 화근이 됐다. 이대형을 볼넷으로 출루시킨 뒤 오지환에게 3B1S에서 우전안타를 얻어맞고 1사 1, 3루 위기에 몰리며 동점 주자를 내보냈다. 결국 정성훈에게 우전 적시타로 3-4 추격점을 내줬다. 위기의 순간 또 강민호의 볼배합이 살렸다. 이날 4타수 4안타의 박용택을 직구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이병규를 잘맞은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 힘겹게 경기를 마쳤다.
더그아웃에서 2010년 8월 22일 부산 두산전 이후 993일만의 선발승을 일궈낸 김수완이 떨면서 경기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롯데는 김시진 감독 부임 이후 투수 왕국을 꿈꾸고 있다. 강타선이 물러난 롯데의 변화다. 하지만 올해 롯데의 행보
‘소방수’ 역할을 해줄 불펜의 안정화 없인 롯데가 꿈꾸는 ‘투수 왕국’은 먼 나라 얘기일 뿐이다.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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