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99번 류현진(LA 다저스)이 99번째 공을 던진 뒤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4-3으로 앞선 6회말 2사 만루 풀카운트 승부. 100번째 공은 상대 타자의 방망이에 맞아 하늘로 치솟았다. 하지만 1루수 머리 위였다. 다저스타디움은 한국에서 온 신인 투수를 향한 환호로 물들었다.
![]() |
류현진은 13일(한국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3 미국프로야구(메이저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경기에서 선발 투수로 등판해 6이닝 동안 정확히 100개의 투구수를 찍으며 11피안타 2볼넷 2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퀄리티스타트와 함께 승리 요건 충족. 4-3으로 팀의 리드를 지킨 채 마운드를 내려갔다.
류현진은 불안했다. 매이닝 주자를 내보내며 위기를 자초했다. 3회까지 가까스로 실점 없이 막아냈다. 위기마다 병살타로 유도하는 위기관리 능력이 돋보였다. 하지만 4회 연속 4안타를 얻어맞고 3실점했다. 첫 실점 상황서 포수 라몬 에르난데스의 포구가 아쉬웠지만, 류현진의 자책점은 계속 늘었다. 하지만 대량 실점은 피했다. 병살타와 내야 플라이로 위기를 마쳤다.
다저스의 패색은 짙었다. 애리조나 에이스 패트릭 코빈이 4회까지 무실점으로 완벽투를 펼치고 있었다. 코빈은 시즌 9승 무패를 기록하고 있는 특급 좌완. 다저스 타선이 쉽게 공략하기 힘든 투수였다.
그러나 5회말 공격 때 예상치 못한 반전이 일어났다. 왜 ‘베이브 류스’로 불리는지 입증한 순간이었다.
다저스가 1-3으로 추격을 시작한 2사 2루 상황서 류현진이 타석에 들어섰다. 첫 타석에서 코빈을 상대로 희생번트를 성공시킨 류현진이었다. 코빈도 류현진을 경계했다. 2B1S 상황서 패스트볼로 2루 주자는 3루까지 갔다.
이후 4구째 류현진의 통타. 우익수 헬라도 파라가 다이빙캐치를 시도했지만, 공이 그대로 뒤로 빠졌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데뷔 첫 3루타였다. 이어 류현진은 시즌 두 번째 득점까지 하며 3-3 동점을 직접 만들었다. 류현진에게 호되게 얻어맞은 코빈은 크게 흔들렸다. 결국 코빈은 5회에만 6피안타 4실점으로 무너졌다. 류현진의 맹활약으로 4-3 역전.
류현진은 6회초 다시 투수로 돌아왔다. 최대 위기 상황서 류현진의 괴물 본능은 대단했다. 첫 탈삼진도 기막힌 타이밍에 나왔다. 4-3으로 역전한 6회말 무사 1루서 2안타를 허용했던 미겔 몬테로를 상대로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이어 볼넷과 좌전안타로 다시 1사 만루 최대 위기.
류현진은 클리프 페닝턴을 3구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어 강판 당한 코빈의 대타로 나선 윌리 블룸키스트를 상대로 풀카운트 승부 끝에 1루수 플라이로 6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는 집중력을 보였다.
류현진은 시즌 7승 도전에 실패했다. 바뀐 투수 크리스 위드로가 7회 실점을 하면서 무산됐다. 아쉬움은 컸지만, 잃은 것보다 소득이 더 큰 경기였다.
류현진은 이날 최고의 투구는 아니었다. 하지만 최선의 투구로 마무리를 하며 투타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보였다. 이날 류현진이 기록한 한 경기 4개의 병살타는 다저스 투수 가운데 최다 타이기록. 지난 2002년 8월10일 오마 달이 한 경기 4개 병살타를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돈 메팅리 다저스 감독에게 신뢰감을 다시 안긴 경기 운영 능력이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