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강한 정신력과 경쟁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경기였다. 사실 오늘 류현진의 투구 내용은 좋지 않았다. 제구력이 흔들렸다. 하체가 뒷받침이 돼서 상체의 움직임을 잡아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면서 밸런스가 흔들렸다.
투수의 투구에서 가장 중요한 밸런스는 흔들림 없는 하체가 기본이다. 스트라이드 동작부터 하체가 단단하게 고정돼 일정한 리듬을 유지해야 하는데 오늘은 그 부분이 지켜지지 못했다. 팔로만 컨트롤을 하려다보니 상체가 앞으로 쏠리는 경향이 많았다. 볼을 놓는 릴리스 포인트가 일정하지 않았고 밸런스가 자주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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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즌 30차례 이상 등판하는 선발투수들은 매번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오늘 류현진은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 경쟁력과 정신력을 잘 보여준 경기였다. 위기관리능력도 유감없이 보여줬다. 매 애닝 주자를 출루시켰지만 병살타로 솎아내는 집중력을 선보였다. 특히 전날 집단 난투극의 영향으로 부담이 클 수 있는 경기였다.
또 점수를 내주는 과정에서 아쉬운 수비가 나왔지만 흔들리지 않은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날 ‘무패행진’을 달리던 애리조나의 투수 패트릭 코빈은 5회 이전까지 완벽한 투구를 했다. 굉장히 좋은 투수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단순히 류현진이 실점을 한 4회와 코빈이 실점한 5회의 한 이닝만을 놓고 보면 정신력의 차이를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류현진의 흔들림이 더 적었다. 한화 시절 타선의 지원과 수비 지원, 불펜 투수들의 도움을 많이 받지 못한 류현진이다. 스스로 실점을 최소화해야한다는 선발 투수의 확고한 마음가짐이 여실히 드러난 내용이기도 했다. 모든 투수에게 당연한 일이지만 그걸 해내는 것은 쉽지 않다. 4회 실점 이후 5회 동점과 역전의 발판을 놓는 1타점 3루타를 치고 6회 1사 만루 위기를 탈출해내는 과정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현재 미국과 한국야구에서 멘탈피칭의 중요성이 갈수록 대두되고 있다. 투수의 기술과 신체능력의 강화는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됐고, 이제 정신적인 면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그런점에서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조차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은 매우 의미가 크다. 투수의 경쟁력은 신체적인 능력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에서도 많이 작용한다. 다음 등판이 뉴욕 양키스와의 연전으로 예상되는데, 오늘과 같은 기술적인 문제는 스스로 깨우쳐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 어떤 구질로 상대 타자들을 제압할 것인지에 대한 볼배합의 고민과 연구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준 경기이기도 했다.
[전 LG·삼성 투수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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