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울산) 임성일 기자] 오는 18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리는 2014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8차전은 이른바 ‘유종의 미’ 매치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바라보고 긴 여행을 떠났던 한국대표팀이 8회 연속 본선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세우게 되는 마지막 경기다. 지난 11일 우즈베키스탄과의 7차전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너무도 유리한 고지에 오른 한국이지만 어쨌든 마침표는 찍지 못했기 때문에 이란전의 의미는, 결과는 특별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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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함이라는 측면에서는 스쿼드 최고참 김남일도 마찬가지다. 김남일에게도 이란전은 유종의 미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경기다. 물론, 여전히 진행형인 그에게 대표팀 마지막을 운운하는 것은 또 다른 오판을 불러올 공산이 크다. 하지만 특별한 기회를 주었던 최강희 감독과 대표팀에서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그 마무리를 앞두고 상황이 썩 좋지가 않다.
부상으로 지난 11일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제외됐던 김남일은 이후 파주에서의 훈련에 이어 15일 울산에서의 첫 훈련에도 빠졌다. 대표팀 관계자는 “김남일은 곽태휘와 함께 햄스트링 부상으로 숙소에서 개인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수영장에서 컨디션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는 뜻을 전했다. 정도를 떠나 완전한 몸 상태는 아님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최강희 감독도 김남일도 가능성을 접어두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다. 김남일은 우즈벡전이 끝난 뒤 “내 욕심을 위해서 우즈벡전에 나설 수 없었다. 내가 100%가 아닌데 억지로 출전을 강행할 수 없었다. 먼저 제외시켜 주실 것을 말씀드렸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언제 다시 주어질지 모를 A매치인데 김남일도 쉽사리 포기하고 싶진 않았을 것이다. ‘대승적인’ 목표를 위해서 사적인 감정은 버렸던 결정이다.
김남일의 단호한 결정을 최강희 감독도 받아들였다. 하지만, 여지를 남겨뒀다. 최강희 감독은 김남일에게 “알겠으니 이란전을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는 당부를 덧붙였다. 김남일이 우즈벡전 이후에도 파주에서 줄곧 재활을 실시했고 울산까지 함께 이동해 대표팀 소속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는 자체로 가능성을 이어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김남일 역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하지만 무리수를 두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란전이 커리어 은퇴경기라면 모를까, 지나친 욕심은 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포기하고 싶지도 않은 무대다. 김남일 본인을 위해서든, 최강희 감독을 위해서든 김남일에게는 특별한 무대다.
김남일은 현재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채 침묵으로 자신과의 싸움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팀 관계자는 “평범하고 자연스럽게 후배들을 이끌고 생활하고 있다. 자신의 상태에 대해서도 이러쿵저러쿵 말을 아끼고 있다. 그냥 겸손하고 묵묵하게 훈련하면서 후배들을 다독이고 있다”는 분위기를 전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뜻이다.
김남일이라는 든든한 맏형의 존재는 이번 3연전을 준비하는 대표팀에 이미 긍정적인 영향을 적잖이 미쳤다는 전언이다. 비록 몸상태가 완전치 않아 경기력으로 보여준 것은 크지 않으나 이른바 ‘보이지 않는 힘’은 컸다. 최강희 감독도 알고 있는 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 무대는 함께 하길 바라는 바람이 있을 것이다.
최강희 감독은 16일 훈련을 철저한 비공개로 치르기로 천명한 상태다. 이전 경기들과 달리 베스트 멤버가 먼저 공개돼 내부적인 사기저하를 막겠다는 복안이었다. 베일에 가려진 ‘최心’속에 김남일은 존재할
어떤 식으로든 두 사람의 이별은 아름답게 마무리될 것이다. 뛰지 못한다고 해서 두 사람의 만남이 색 바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미련이라는 측면에서는 다르다. 미련까지 남지 않을 마무리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한 경기다. 지금 두 남자는 분명 같은 꿈을 꾸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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