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LA 다저스 '몬스터' 류현진이 아쉬운 투구로 시즌 3패를 당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더 아쉬웠다. 류현진은 뉴욕 양키스의 두 일본인 베테랑 외야수 이치로 스즈키와 투수 구로다 히로키를 넘지 못했다. 외로운 싸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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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새벽(한국시간) 미국 뉴욕 브롱크스 양키스타디움에서 뉴욕 양키즈를 상대로 선발 등판한 LA 다저스 류현진이 시즌 3패(6승)째를 기록했다. 사진(美 뉴욕 브롱크스)=한희재 특파원 |
류현진은 전날 예정됐던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되면서 하루 쉰 뒤 등판했다. 컨디션은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조금씩 엇박자가 났다. 2회 3피안타 2실점, 6회 솔로포를 허용하며 무너졌다. 류현진은 2-3로 뒤진 7회말 마운드에서 내려갔고, 결국 팀이 4-6으로 패해 시즌 세 번째 패전 투수가 됐다.
실점의 순간 모두 이치로가 있었다. 이치로는 이날 류현진을 상대로 시즌 3호 홈런을 포함해 멀티안타를 때려냈다. 이치로와의 첫 상대를 앞두고 “삼진을 잡아내겠다”고 했던 류현진의 각오가 무색한 아쉬운 투구였다.
상대 선발 구로다 히로키와의 승부에서도 판정패 했다. 구로다는 6⅔이닝 동안 107개의 공을 던지며 8피안타 1볼넷 2탈삼진 2실점으로 역투했다. 팀이 3-2로 이기고 있는 상황서 마운드를 내려가 승리 요건을 갖췄다. 뛰어난 위기 관리 능력이 돋보였다. 반대로 다저스 타선의 집중력도 부족했다.
류현진 홀로 마운드를 지키기에는 힘겨운 상대였다. 다저스는 수차례 득점 기회를 만들었지만, 득점 지원을 해내지 못했다. 2~4회 3이닝 연속 선두타자가 안타로 출루했지만, 모두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특히 4회 무사 2, 3루 찬스서 더블아웃이 나오는 등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이 뼈아팠다. 2회 선취점을 내준 류현진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6이닝까지 책임진 류현진의 승패 조건이 달려있던 7회초 다저스의 집중력도 2% 부족했다. 다저스는 1사 만루 찬스서 A.J. 엘리스의 우익수 희생플라이와 제리 헤어스톤의 좌전 적시타로 추격의 2점을 뽑아냈다. 구로다를 강판시킨 결정적 안타였다. 하지만 2사 1, 2루 찬스서 닉 푼토가 바뀐 투수 숀 켈리를 상대로 풀카운트 승부 끝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며 경기를 뒤집는데 실패했다. 류현진의 승리도 날아갔고, 패전 위기에 놓였다.
다저스의 7회말 수비는 절망적이었다. 1사 1, 2루 위기서 다저스 세 번째 투수 로날드 밸리사리오가 버논 웰스의 희생번트 때 어이없는 실책으로 2루 주자를 홈까지 불러들였고, 네 번째 투수 스티븐 로드리게스는 1사 만루 위기서 이치로에게 좌전 2타점 적시타를 얻어맞았다. 2-6으로 크게 뒤지며 류현진의 시즌 3패가 사실상 확정된 순간이었다. 8회 헨리 라미레즈의 투런 홈런이 터졌지만, 이어진 1사 1, 2루 찬스를 또 살리지 못했다. 다저스는 이날 양키스(8개)보다 많은 10개(1홈런)의 안타를 때려내고도 집중력 부재와 함께 실책 4개를 저지르며 스스로 무너졌다.
구로다와 이치로의 활약은 대단했다. 구로다는 뛰어난 위기 관리 능력을 보이며 베테랑다운 호투를 선보였고, 타선의 지원도 톡톡히 받았다. 구로다의 시즌 7승(5패)째를 도운 것은 양키스의 타선이었다. 특히 같은 일본인 메이저리거 이치로의 공수 활약은 눈부셨다. 이치로는 4타수 3안타 3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고, 8회초 무사 2루 수비 상황에서도 다저스 아드리안 곤잘레스의 우측 담장을 향하는 2루타성 타구를 환상적인 점프 캐치로 잡아내 노익장을 과시했다.
외로운 류현진으로서는 신시내티 레즈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외야수 추신수가 그리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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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투수 류현진이 20일 새벽(한국시간) 미국 뉴욕 브롱크스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의 경기서 이치로 스즈키에게 안타를 허용한 뒤 아쉬워 하고 있다. 사진(美 뉴욕 브롱크스)=한희재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