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20일 한화 이글스를 꺾고 신바람 나는 9연승 행진 속에 3위로 뛰어올랐다. 타선은 이번에도 화끈하게 터졌다. 휴식기에 따른 변칙적인 불펜의 계투도 꽤나 인상적이었다. 기쁜 요소가 많은데 떨떠름한 느낌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에이스’ 윤석민의 ‘선발’ 무승이 지나치게 길어지고 있다는 게 마음에 걸리는 KIA다.
윤석민은 또 다시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한화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6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3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KIA가 2-3으로 뒤진 6회 양현종과 교체됐던 터라,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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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의 9연승에서 선발승이 9번, 구원승이 2번이었다. 그 2번 없었던 선발승 경기가 모두 윤석민이 등판한 경기였다. 사진=MK스포츠 DB |
운이 없기도 했다. 6월 들어 윤석민은 최소 5이닝을 책임졌고, 지난 7일 넥센 히어로즈전(5이닝 5실점)을 제외하고는 대량 실점하지 않았다.
타선의 도움이 없기는 했다. 20일 한화전에서도 그가 마운드를 내려간 뒤, KIA 타선은 나지완의 3점 홈런 등으로 4점을 획득했다. 어찌 보면 참 야속하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윤석민에게 있다. 윤석민은 올해 예전과 같은 구위를 펼치지 못하고 있다.
‘불펜’ 윤석민과 ‘선발’ 윤석민은 확연히 차이가 났다. 부상 회복 후 1군에 합류한 뒤 2차례 구원 등판했다. 윤석민의 불펜 기록은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2.70이다. 그런데 선발로 보직을 바꾼 뒤 성적은 3패 평균자책점 4.26이다. 지난 20일 한화전 이후 시즌 평균자책점은 4점대(3.99)를 눈앞에 뒀다. 2년 전의 투수 4관왕을 했던 페이스와는 대조적이다.
단연 눈에 띄는 차이는 피안타율이다. 윤석민의 시즌 피안타율은 3할2리다. 그런데 구원 등판 시 피안타율은 2할에 그쳤다.
반면, 선발 등판 시 피안타율이 3할2푼3리에 이른다. 매 경기 두들겨 맞고 있는 윤석민이다. 이닝당 평균 피안타가 1개를 넘는다. 그의 공을 상대 타자들은 어렵지 않게 배트에 맞히고 있다. 매번 타자와 힘겨운 승부를 벌이고 있다. 팀 타율 최하위(2할5푼8리)인 한화를 상대로도 그랬다.
여기에 윤석민의 투구 소화 이닝은 매우 짧다. 선발 6경기 가운데 4경기가 5이닝 이하였다. 최다 이닝 투구도 6⅓이닝이었다. 투구 내용도 딱히 좋지 않은 데다 이닝 이터와도 거리가 먼 윤석민의 현주소다. 나아질 듯 하나, 결정적인 한방에 흔들리고 있다.
윤석민의 무승은 심각한 문제다. 더욱이 동료들과는 다르게 혼자만 그렇다는 게 더욱 심각하다. KIA가 9연승을 달리는 동안 선발투수들은 승리를 차곡차곡 쌓았다. 양현종은 3승(구원 1승 포함)을 챙겼고, 헨리 소사와 김진우도 2승씩을 거뒀다. 서재응의 이탈로 선발진에 재합류한 임준섭도 1승을 올렸다. 이들은 자신이 선발 등판한 경기에서 예외없이 승리투수가 됐다.
그러나 2번 선발 등판한 윤석민은 승리가 없다. 1번은 불펜이 불을 질렀고, 다른 1번은 타선이 뒤늦게 터졌다. 핑계거리는 있지만, 그런 불운도 결국은 실력이고 향후 경기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선발진의 균형이 맞지 않고 있다. 다 같이 꾸준히 좋은 흐름을 타면서 성적을 내야 한다. 나아질 기미가 보여 희망을 갖고 있지만, 그 희망고문이 꽤나 오래 지속되고 있다. 윤석민의 투구가
KIA는 9연승을 달리며 소득이 많았다. 무엇보다 한화와 2연전을 통해 불펜도 안정될 기미가 나타났다. 하지만 선발 윤석민의 부활 기미는 좀 더 기다림이 필요해 보인다. 거침없이 연승 중임에도 풀지 못한, 아주 큰 숙제가 아직 남아있는 KIA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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