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5월 잠실구장, 한화 용병 ‘부시맨’ 부시. 그가 야구장에 도착하자마자 더그아웃 통로에 놓인 아이스박스에 앉아 동료들로부터 얻은 깨알 같은 투수들의 정보를 수첩에 기록하고 있다. 한화 1호 용병인 부시는 이렇듯 한국무대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 틈만 나면 상대 팀 투수들의 장단점을 작은 수첩에 꼼꼼히 메모하곤 했다. 1998년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용병제도가 처음으로 시도된 해이다. 한화는 LA 다저스 출신의 거포 부시를 용병 1호로 영입했다. 키 1m96, 몸무게 105kg의 거구였던 부시는 시즌 초반 잠시 주춤했지만 곧 페이스를 찾아 홈런포를 쏘아 올려 강병철 감독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김치와 불고기 등 한국음식을 즐겨하며 사진에서 보듯이 한국야구에 적응하기 위해 매사에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 강 감독의 신임을 받았다. 그러나 이도 잠시, 무릎부상으로 결장했던 부시는 복귀 후에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해 거포로서의 명성이 유명무실해지고 말았다.
반면 부시와 함께 한국무대 첫 발을 디딘 현대 쿨바와 OB 우즈는 시즌 내내 꾸준히 홈런포를 터뜨리며 승승장구해 부시의 존재감은 더 떨어지고 말았다. 결국 부시는 한국프로야구에 적응하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지만 1998시즌 76경기에서 51타점 10홈런이란 저조한 성적을 끝으로 한국을 떠나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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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 김재현 기자 / basser@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