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꼬박 20년 전인 1994년 가을은 신바람으로 물들었다. LG 트윈스가 통산 2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한 해다. 이광환 전 감독의 자율야구는 3루수 한 대화의 합류와 2루수 박종호, 베테랑 외야수 노찬엽과 박준태, 안방은 김동수가 지켰다. 슈퍼루키 3인방인 서용빈, 김재현, 유지현의 등장은 LG의 폭발적인 화력에 불을 붙였다. 선발 이상훈(18승), 김태원(16승), 정삼흠(15승), 인현배(10승)는 59승을 합작했고, 뒷문은 김용수가 틀어잠궜다.
잠실구장에서 LG 트윈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는 김기태 LG 감독(가운데)과 유지현 LG 수비코치(왼쪽), 김재현 SBS ESPN 해설위원. 사진=MK스포츠 DB |
20년 전부터 줄곧 LG를 지켜온 유지현 수비코치가 바라본 올해 LG 야구는 어떨까. 유 코치는 “그때와 닮은 점이 분명 많다”고 증언했다. 유 코치에게 LG의 신바람 야구와 견고해진 내야수비를 물었다.
유 코치의 기억 속에 1994년은 또렷하다. 그리고 멈춰있던 그 기억은 올해 다시 연결고리를 찾았다. 유 코치는 “가장 닮은 것은 팀 분위기다. 시즌 초반 1~2점차 승부서 지던 경기를 이기기 시작하면서 선수들이 이기는 법, 이기는 맛을 알게 되고 자신감이 생겼다. 그건 엄청난 힘이다”라고 했다. 이어 “기존 경험 있는 선수들에 젊은 선수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면서 시너지 효과가 크다”며 “예전에도 그런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LG는 베테랑 이병규(9번), 박용택, 정성훈, 이진영에 김용의, 오지환, 정의윤, 문선재 등 젊은 선수들이 맹활약하며 전력의 조화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마운드도 벤자민 주키치의 부진 속에서도 레다메스 리즈와 류제국, 우규민, 신정락 등 선발이 제 역할을 하고 있고 마무리 봉중근이 수호신으로 뒤를 맡았다. 이적생 정현욱, 현재윤, 손주인, 최경철의 합류는 결정적인 퍼즐의 완성이었다.
내야진의 달라진 수비력도 LG의 20년 향수를 불러일으키는데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유 코치는 견고해진 수비에 대해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적응과 믿음이다.
유 코치는 “시즌 초반에는 그라운드 흙 때문에 고전했다. 적응이 필요했다. 그래서 훈련 30분 전부터 수비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적응이 되면서 실책이 줄었다. 지금도 연습은 마찬가지로 하고 있다”고 했다. 여전히 수비력 향상을 위한 노력은 진행형이었다.
또 다른 이유는 내야진에 생긴 믿음이다. 유 코치는 “선수들 사이에 믿음이 생긴 것이 크다”며 “손주인이 합류하면서 안정감이 생겼고, 오지환도 시즌 초반 다시 나왔던 나쁜 습관을 많이 고쳤다. 김용의와 문선재도 1루수 자리를 잡으면서 어떻게 공을 던지더라도 잡아준다는 믿음이 쌓인 것 같다. 그런 마음이 수비를 견고하게 만드는데 정말 큰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정성훈은 원래 발이 빠른 선수가 아니라 센스로 수비를 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서 감안을 해야 할 것 같다. 권용관의 합류도 정성훈의 부담을 줄인 요인이다”라고
LG는 1994년 이후 우승을 못했다. 지난 10년 동안은 포스트 시즌도 진출을 하지 못했다. 최근 LG는 9연속 위닝시리즈를 달성하며 1위 삼성 라이온즈와 단 1.5경기차로 좁혔다. 선두 자리도 넘볼 수 있는 분위기다. 2002년 이후 11년 만의 가을야구도, 한국시리즈 진출에 대한 도전도 허황된 꿈만은 아니다.
[min@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