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결국 파국으로 치닫고 말았다. 그리고 원점으로 회귀했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마무리 고민은 올해도 되풀이됐다.
선동열 감독은 4일 SK 와이번스전이 우천 순연된 직후, 취재진을 만나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앤서니와 이틀간 면담을 가졌는데 (마무리 보직에 대해)상당히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자신감도 잃었다. 선수 본인이 (조금 쉬고 싶다면서)2군으로 내려가기를 희망하더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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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의 승리를 지킨 이후 펼쳐졌던 앤서니 르루의 독특한 세리머니를 더 이상 보기는 어려워졌다. 사진=MK스포츠 DB |
앤서니의 마무리 변신은 결국 1시즌도 채우지 못하고 끝났다. 결과적으로 실패다. 그런데 문제는 단순히 앤서니가 마무리를 맡지 않고 본래 자리인 선발로 돌아간는다는 게 아니다. KIA는 또 다시 전문 마무리가 없다. 당초 앤서니가 흔들려도 믿음을 잃지 않았던 선동열 감독이며, 구위가 살아난 박지훈과 더블 마무리 체제를 세웠다. 하지만 이 설계안은 없던 일이 됐다.
그렇다고 박지훈에게 전적으로 뒷문을 책임지기도 어렵다. 박지훈은 올해 11경기에 등판해 1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7.36을 기록했다. 점점 순위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통산 3세이브만 올린 박지훈을 믿고 쓰기엔 확신이 서지 않는다.
선동열 감독은 최악의 경우 ‘집단 마무리’ 체제로 가겠다는 의중을 나타냈다. 박지훈을 비롯해 송은범, 유동훈 등 불펜 자원을 상황에 따라 마무리로 기용하겠다는 것이다. 선동열 감독은 “여러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 집단 마무리가 성공할 것이라고 자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해 KIA의 발목을 잡았던 사안이기도 하다. 한기주(7세이브)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최향남(9세이브)과 유동훈(6세이브)을 축으로 한 마무리 체제를 가동했으나 뒷문이 헐거웠다. 팀 최소 세이브(27개) 및 최다 블론세이브(18개)의 불명예를 안은 KIA는 끝내 가을잔치 초대장을 획득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면서 ‘마무리 확보’가 최대 현안이었다. 그런데 결국 KIA는 돌고 돌아 같은 문제를 떠안게
KIA는 2009년 이후 4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리고 있다. 가을야구를 하기 위해선, 그리고 이기기 위해선 믿음직한 철벽 마무리를 확보해야 한다. 과거 사례를 들춰봐도 하나같이 그러했다. 하지만 KIA는 남들과는 다른, 전혀 다른 길을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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