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FC서울의 이상협이라는 선수를 알고 있는 팬들은 소수일 것이다. 이상협이라는 이름 자체는 낯익을 수 있다. 아마 대부분이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현재 상주상무에서 뛰고 있는, 한때 ‘미친 왼발’로 통했던 1986년생 이상협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1990년 1월1일생. 올해 FC서울을 통해 프로에 갓 데뷔한 동명이인 신인 이상협이 주인공이다. ‘미친 왼발’ 이상협도 FC서울에서 프로에 데뷔했으니 묘한 인연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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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의 신예 미드필더 이상협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설 차범근 감독도 주목한 새내기다. 사진= 스포츠공감 제공 |
서울은 최근 2연패 중이었고 상대는 5경기에서 4승1무를 내달리던 상승세의 성남이었다. 가뜩이나 수석코치 출신 안익수 감독을 비롯해 현영민 제파로프 이승렬 등 서울을 잘 아는 이들이 수두룩했다. 그 부담스러운 상대와 상황 속에서 이상협은 전혀 초짜답지 않은 침착한 경기운영으로 팀 승리에 큰 공헌을 했다. 조직력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성남의 중원을 상대로 전혀 위축됨 없이 방향키를 잡았던 이상협은 3-0 승리의 숨은 공신이었다.
전체적인 스포트라이트는 역시 부상으로 빠진 데얀을 대신해서 최전방에 배치됐던 박희성에게 맞춰졌다. PK를 유도해 선제골의 발파을 제공했고 몰리나에게 완벽한 찬스를 만들어주면서 두 번째 골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던 박희성이 이날 승리의 주인공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상협 역시 박희성 버금가는 수훈갑이었다.
화려하지는 않으나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공을 원하는 곳으로 필요한 타이밍에 보내는 능력이 꽤나 준수했다. 쉽게 말해, 공을 잘 차는 선수였다. 최용수 감독 역시 경기 후 “주목할 필요가 있는 친구다. 김정우 같은 유형이라고 보면 좋다”는 칭찬을 내렸다. ‘공차는 센스’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김정우와 빗대 이상협의 잠재력을 설명한 것이다.
물론, 제자를 바라보는 스승의 견해는 객관적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예시를 들어본다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한 축구 관계자는 차범근 해설위원이 이상협을 주목했던 특별한 일화를 소개해주었다.
차범근 위원은 지난 5월, FC서울과 부리람유나이티드와의 ACL 조별라운드를 현장에서 지켜보다 “쟤가 누구야”라고 누군가를 가리켰다고 한다. 그 관계자는 “차범근 위원이 지목한 선수가 이상협이었다. 집에 돌아가서 (차)두리에게 그 친구에 대해 물어봤다고 하더라”라고 말하면서 “특정 선수에 대한 칭찬을 잘 하지 않는 차 위원의 성향을 생각한다면 이례적인 일”이라며 이상협의 특별한 재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귀띔했다.
최용수 감독은 성남전이 끝난 뒤 “만약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면 어디로 추락할지 모르는 중요한 경기였다”면서 “우리의 젊은 선수들이 너무도 잘해줬다. 어떤 칭찬도 아깝지 않다. 얻은 것이 많은 승리다”는 말로 달뜬
아직은 원석에 가깝다. 다듬어야할 점들도 보인다. 하지만 그래서 더 미래가 기대되는 새내기 이상협이다. 한국축구의 전설 차범근 위원이 “쟤가 누구야” 궁금하게 만들었던 주인공, 이상협의 성장세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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