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포항) 서민교 기자] 생애 첫 올스타 출전에 투런포, 그리고 최우수선수(MVP) 수상 영예. 프로야구 올스타전 웨스턴리그 김용의(LG)의 단꿈은 딱 6회까지였다. 그러나 김용의는 큰 물에서 놀 줄 알았다.
김용의는 19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2013 프로야구 올스타전에 생애 처음으로 출전했다. 웨스턴리그 올스타 팬투표 1루수 부문 1위를 차지해 6번 1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박용택(LG)은 “가문의 영광”이라고 했다.
김용의는 올스타전에 앞서 가장 전의를 불태운 선수. 전날 포항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릴 때 유일하게 방망이를 들고 나왔다. 박용택은 “숙소 방에서 배팅 연습을 하려고 한 것을 일찍 재웠다”며 웃었다. 첫 올스타전에서 뭔가 큰 사고(?)를 치려는 의지가 꿈틀대고 있었다.
김용의는 식전 행사인 ‘번트왕’ 이벤트에 참가해 누구보다 진지하게 번트왕에 도전했다. 결과는 탈락이었지만, 진지한 얼굴만으로도 웃음을 자아냈다.
2013 프로야구 올스타전 웨스턴리그 1루수로 선발 출전한 김용의(LG)가 19일 포항구장서 선제 투런포를 작렬한 뒤 거수 경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포항)=옥영화 기자 |
김용의는 방망이에 공을 맞히는 순간 홈런을 직감했다. 손에 들고 있던 방망이를 내려놓고 천천히 1루로 걸어가며 타구의 방향을 응시했다. 대형 아치를 그린 타구가 우측 담장을 넘기는 순간 오른손을 번쩍 들었다. 만원 관중이 들어찬 포항구장 그라운드를 돌아 더그아웃에 도착한 김용의는 거수 경례 세리머니로 MVP 가능성을 높였다.
4회 1사 1루 찬스서 맞은 두 번째 타석. 김용의는 바뀐 투수 김성배(롯데) 앞 땅볼 치고 전력 질주했다. 김성배가 글러브를 맞고 튕긴 공을 잡느라 주춤하는 사이 전력 질주했다. 간발의 차이 아웃. 김용의는 심판에게 세이프가 아니냐고 가볍게 항의하며 활짝 웃었다.
김용의는 6회 2사 주자가 없는 상황서 들어선 세 번째 타석에서도 바뀐 투수 오현택(두산)의 2구째를 강타해 3루 방향 라인드라브 타구를 때려냈다. 하지만 3루수 최정(SK)의 호수비에 막혀 안타로 연결되지 않았다. 김용의는 역시 활짝 잇몸 웃음을 보이며 아쉬움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이때까지만 했도 김용의의 머릿속에는 ‘올스타 MVP’가 그려져 있었다. 하지만 2-1로 앞선 7회초 이스턴리그 전준우(롯데)가 바뀐 투수 송창식(한화)을 상대로 역전 투런포를 터뜨리며 김용의의 꿈도 조금씩 깨지고 있었다.
2-4로 뒤진 9회말 2사 주자가 없는 마지막 타석. 김용의는 ‘끝판대장’ 오승환(삼성)을 상대로도 주눅들지 않았다. 오승환이 던진 2구째를 정확히 방망이 중앙에 맞혔다. 하지만 타구는 그대로 오승환의 글러브에 빨려들어갔다. 운이 없었다. 김용의는 아쉬운 미소와 함께 MVP의 꿈을 날렸다.
이날 김용의는 4타수 1안타(홈런) 2타점 1득점을 기록하며 우수타자상을 차지하는 영예를 누렸다. 비록 MVP는 아니었지만, 첫 올스타전에서 의미있는 상을 받은 꿈 같은 날이었다.
‘캡틴’ 이병규가 말했다. “MVP는 즐길 줄 아는 사람이 가져가는 것이다.” 마음껏 즐긴 김용의는 숨은 MVP 자격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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