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4명의 수비와 2명의 중앙(수비형)미드필더는 기본적으로 간다. 전방 배치는 달라질 수 있다. 공격수가 1명이 될 수도 2명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뒤의 4명과 2명은 기본이다.”
홍명보 감독이 지향하는 축구를 위한 기본 포메이션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밝힌 이야기다. 포백(4명의 수비) 그리고 포백 앞에서 수비의 1차 거름종이이자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동시에 소화하는 2명의 중앙 미드필더는 기본 틀이자 중요한 축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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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엔트리에서도 하대성 이명주 박종우 한국영 등 경쟁이 치열한데 기성용의 존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홍명보가 중시하는 ‘2’의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사진= MK스포츠 DB |
가장 한국적인 전술로 세계무대에 도전할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홍명보 감독의 밝힌 복안에 따르면, 적어도 ‘4-2’는 지켜질 공산이 크다. “골 결정력은 짧은 시간에 발전시키기 힘들지만 수비 조직력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말로 1년 밖에 남지 않은 시간동안 한국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부분은 ‘수비’라는 뜻을 확고히 한 홍명보 감독의 의지를 봤을 때도 ‘4’와 ‘2’는 중요하다.
팀의 수장이 가장 중시하는 포지션인 만큼 누가 키를 쥐게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중앙의 ‘2’는 운영의 키를 쥐는 핵심 플레이어가 서는 자리다. 런던올림픽에서 홍명보호의 ‘2’는 기성용과 박종우였다. 기성용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고 박종우가 궂은일을 커버하면서 이상적인 호흡을 보였던 당시의 ‘2’는 대회 3위의 견인차였다.
브라질로 향하는 홍명보호에서도 기성용과 박종우는 가장 유력한 ‘2’의 후보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는 입지가 됐다. 경쟁자들의 도전이 거세진 까닭이다.
호주전에서 홍명보 감독은 ‘2’의 위치에 하대성과 이명주 조합을 가동했다. 주장을 상징하는 완장이 팔에 감겨 있던 하대성은 지금껏 국가대표팀 유니폼만 입으면 작아진다는 오명을 떨치면서 FC서울에서처럼 여유롭고 침착한 경기 운영을 펼쳤다. 하고자하는 의지가 강했으나, 그 의지가 지나치쳐 발목을 잡는 일은 없었다.
이명주 역시 근래 가장 ‘핫’한 K리거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과연 힘들기는 한 것일까 싶을 정도의 방대한 활동량으로 한국 쪽 박스에서 호주 쪽 박스까지 필드 전체를 누볐다. 전임 최강희 감독 체제 막바지에 A매치 데뷔전과 국가대표팀 경험을 마쳐서인지 긴장감도 많이 떨친 모습이었다.
거의 모든 선수들의 활약이 좋았던 가운데 호주전에서 보여준 하대성-이명주가 합쳐진 ‘2’는 합격점을 받기에 충분했다. 주장완장까지 채워놓은 하대성, 대학생 때부터 지켜봤던 이명주의 경쟁력이라면 충분히 ‘2’의 자리를 안개정국으로 만들 수 있다. 물론, 하대성과 이명주가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고 볼 수는 없다.
호주전에서 출전하지 않았으나 박종우가 하대성이나 이명주에 밀렸다고 보긴 힘들다. 박종우는, 이미 홍명보 감독의 머리 속에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선수다. 검증을 마친 선수라는 뜻이다. 여기에 한국영의 존재도 간과할 수 없다. 비록 올림픽 동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으나 실력이 부족했던 게 아니라 부상 탓이었다. 영국까지 함께 날아갔다가 발등 부상으로 눈물을 머금고 귀국해야했던 불운한 선수다. 홍명보 감독도 그의 능력을 알고 있다.
현재 엔트리에도 경쟁이 치열하지만 잊지 말아야할 인물이 또 있다. 잊을 수도 없는 인물, 바로 기성용이다. 큰 홍역을 치르면서 논란을 일으켰다는
눈에 보이는 경쟁자들만으로도 버거운 수준인데 언급한 이들만이 전부는 아니다. 홍명보가 중시하는 ‘2’, 그 어떤 곳보다 이미 뜨거운 ‘2’이지만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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