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전성민 기자] ‘신인 투수의 첫 승을 이뤄주고 싶다.“
NC 다이노스 선수들은 한 가지 생각으로 똘똘 뭉쳤다. 비록 9회 아웃 카운트 한 개를 남기고 상대에게 동점 홈런을 맞아 첫 승을 이뤄주지는 못했지만 NC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고 9회말 승리했다. 끈끈한 정으로 뭉쳐 있는 NC 선수들의 플레이는 팬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말그대로 명승부였다.
노성호가 26일 선발 등판 경기에서 이닝을 마친 후 야수들의 격려를 받고 있다. 사진=NC 제공 |
하지만 결과보다 빛난 것은 NC 선수들이 보여준 야구였다. 신인 노성호의 프로 데뷔 첫 승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팀 동료들의 의지가 자신의 능력을 뛰어넘는 플레이로 이어졌다.
112일 만에 두 번째 선발 등판한 노성호는 제구력이 향상된 모습을 보이며 5이닝 4피안타 2볼넷 4탈삼진 3실점(3자책점)을 기록했다. 투구수는 91개.
NC는 5회초까지 1-3으로 뒤져있었다. 노성호의 승리는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NC에는 주장 이호준이 있었다.
이호준은 5회 1사 1,2루에서 임준섭의 공을 받아쳐 좌측 펜스를 넘기는 스리런 홈런으로 연결했다. 극적으로 노성호가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게 된 순간이었다. 참으로 든든한 주장이다.
이후 불펜 투수들이 노성호의 첫 승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 6회에 올라온 임창민은 2이닝 무피안타로 제 몫을 다했다. 이어 최고참 손민한이 8회부터 나와 후배의 승리를 위해 공을 던졌다.
더그아웃에서는 이호준이 노성호의 옆에 앉아 격려하며 기를 불어넣었다. 후배를 쳐다보는 주장의 눈에는 힘이 들어 있었다. NC의 베테랑 선수들은 마운드나 더그아웃에서나 후배 챙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손민한은 아웃 카운트 5개를 완벽히 잡았다. KIA는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대타 최희섭을 선택했다. 최희섭이 1볼1스트라이크에서 친 타구는 좌측 펜스를 넘어가고 말았다. 손민한의 표정은 몹시 어두웠다. 자신이 선발로 나왔을 때는 실점에 의연했던 그다. 손민한은 노성호의 승리를 꼭 지켜 주고 싶었다.
노성호도 이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9회 마지막 카운트를 잡고 더그아웃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돌린 손민한에게 다가가 맞이했다. 이 순간 두 선수 사이에서는 ‘정말 미안하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선배님’이라는 무언의 말이 오고 갔다.
하나로 뭉친 NC는 물러서지 않았다. 9회말 바로 결승점을 뽑아내며 승리했다. 첫 승을 놓쳤지만 팀 승리를 챙긴 노성호는 환하게 웃으며 결승타를 친 모창민을 축하했다. 노성호는 데뷔 첫 승보다 더욱 값진 것들을 얻었다.
"명승부
지난 1월 미국 애리조나 투산에서 치른 전지 훈련장에서 이태일 NC 다이노스 대표가 한 말이다. NC의 야구는 팬을 향해 있다. 이날 NC는 팬들에게 명승부를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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