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전성민 기자] LG 트윈스의 베테랑 내야수 권용관(37)은 신인 같은 마음으로 자신의 16번째 시즌을 치르고 있다. 2010년 7월 트레이를 통해 SK 와이번스로 트레이드 된 권용관은 2012 시즌 후 방출됐다. 자신의 손을 다시 잡아준 것은 친정팀 LG였다.
권용관은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2-2로 맞선 9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홍상삼의 147km짜리 초구를 받아쳐 좌측 펜스를 넘기는 결승 홈런으로 연결했다. 치열한 라이벌전에서 팀에 승리를 안기는 결정적인 한 방. 이날 자신을 선발 출전시킨 김기태 감독에게 의미 있는 1승을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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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관이 10일 9회 홈런을 친 후 김인호 코치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
권용관은 “올 시즌 친정팀에 돌아와 새로운 마음으로 야구를 하고 있다. 올해, 내년, 내후년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LG에 진 빚을 갚아나가겠다”고 말했다.
권용관은 트레이드 후 SK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2011 시즌에는 1군 28경기, 2012 시즌에는 3경기 출전에 그쳤다. 나이 많은 내야수는 상대팀과 함께 편견과도 싸워야 했다. 힘든 시기였다.
이런 그에게 다시 1군 무대에 설 수 있게 해준 것이 LG다. 권용관이 빚을 졌다고 한 이유다.
권용관은 “SK에서는 뭔가 보여주지 못하면 기회가 오지 않을 거라는 불안감이 있었다. 하지만 LG에서는 기회가 꾸준히 주어졌다. 나는 주전 선수는 아니지만 수비를 통해 팀에 기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용관은 올 시즌 많이 배우고 있다고 했다. 16년 차 베테랑의 신인 같은 마음이다. 경기에 나설 수 있는 것에 대한 감사함을 새삼 깨달았다.
팀이 하나로 뭉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느끼고 있다. 권용관은 “백업 선수들, 2군 선수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이는 앞으로 야구를 계속 해나가는데 큰 밑거름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백업은 팀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백업이 강해야 팀도 강해진다. 주전과 백업의 조화도 중요하다. 베테랑 권용관은 말과 행동을 통해 LG가 주전과 백업이 아닌 하나의 팀으로 뭉치도록 만들고 있다. 권용관이 한 방을 치고 들어오자 LG 선수들은 자신의 홈런을 쳤을 때보다 더욱 기뻐했다. LG 더그아웃 분위기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기회를 잡지 못하는 선수들의 간절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다. 권용관은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 이번 경기의 소감은 말로 표현 못하겠다”며 한참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권용관은 분명 이날 경기의 주인공이었다.
권용관은 2013년 반드시 이루고 싶은 소원이 하나 있다. 그는 “형과 동생들과 함께 올 시즌 꼭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 싶다”며 그라운드를 떠났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며 팀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베테랑. 그는 분명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이며 팀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선수다. 또한 팬들도 감동을 느끼게 해주는 권용관 같은 선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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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관이 홈런을 치자 LG 선수들의 얼굴에는 그 어느 때보다 큰 웃음꽃이 피었다. 사진=김영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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