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수원) 임성일 기자] 개인으로서도 통한의 부상이었고, 팀으로서도 상당한 손해였다. 가장 돋보이는 플레이를 펼치던 주장 하대성의 예기치 않은 부상은 홍명보호의 적잖은 타격이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이 14일 저녁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남미의 페루와 평가전을 가졌다. 국내파들과 J리거들의 마지막 시험대로 관심을 모았던 이 경기에서 가장 준수한 활약을 선보였던 이는 하대성이었다. 하지만 하대성의 플레이는 고작 50분에서 그쳤다. 후반 5분, 슈팅을 하던 과정에서 부상을 당한 하대성은 그대로 들것에 실려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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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대성의 경쟁력은 페루전에서도 입증됐다. 가장 도드라졌다해도 과언 아니다. 때문에 후반 5분 부상은 본인에게도 팀에게도 적잖은 손해였다. 사진(수원)= 김영구 기자 |
홍명보 감독은 페루와의 평가전에서도 하대성을 재신임했다. 런던올림픽에서 주전으로 활약했던 중앙미드필더 박종우를 제외하고 또 하대성-이명주 조합을 가동했고, 하대성의 팔에는 주장을 상징하는 완장이 다시 채워졌다. 신뢰가 그만큼 컸다는 뜻인데, 하대성은 그 믿음에 부합하는 활약상을 선보였다.
굳이 FIFA 랭킹을 언급하지 않아도 페루가 동아시안컵에서 상대한 국가들보다 수준이 앞서는 것은 사실이다.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폄하가 아니라, 당시 중국을 제외하고는 베스트 전력을 가동하지 않았다. 요컨대, 더 강한 상대였다. 하지만 한국이 우위를 점했다. 사실상 전반은 압도했다. 가장 큰 이유는 허리싸움을 지배했기 때문이다. 하대성-이명주 조합의 경쟁력이었다.
특히, 하대성의 경기조율은 확실히 돋보였다. 국가대표팀 유니폼에 대한 부담을 완전히 떨친 듯 힘을 빼고 부드럽게 경기를 운영했다. 특유의 넓은 시야로 맥을 짚으면서 공수의 연결고리 역할을 충실히 소화했다. 템포를 조절할 줄 알았으며 전방과 좌우 측면으로 향하던 날카로운 패스도 일품이었다. 도드라지지는 않았으나 궂은일을 도맡던 이명주와의 호흡도 그만이었다.
페루의 공격자체가 많지 않았고, 그나마 시도된 공격도 허리를 거치지 않고 전방으로 향했던 식이었으니 하대성과 이명주가 나선 허리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방증이다. 때문에 후반 시작과 함께 쓰러진 하대성의 부상은 너무 아쉬웠다.
한국영이 대신 들어가 특별한 문제없이 플레이를 선보였으나 하대성의 ‘포스’와는 달랐다. 일방적으로 경기를 지배하던 전반과 달리 후반 들어 페루의 공격빈도가 늘었다는 것은 단순히 체력이 떨어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하대성의 빈자리는 제법 보였다.
불운이었다. 이제야 대표팀과의 악연을 끊는 듯 했던 하대성으로서는 곱씹히는 아쉬움이다. 홍명보호로서도 마찬가지다. 컨트롤타워가 빠지면서 다양한 공격수들을 실험하겠다는 애초 의도가 어긋났다. 소속팀 FC서울도 빨간 불이 들어왔다. 정도를 확인해야겠으나 상하위 스플릿 분기점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하대성의 부상은 치명적이 아닐 수
아쉬운 50분이었으나 어쨌든 하대성의 진가는 확인했다. 기본적인 능력은 확인된 셈이다. 1차 테스트(동아시안컵)도 2차(페루전)도 준수한 점수를 받았다. 이제 하대성은 기성용 구자철 등 유럽파와의 본격적인 저울질을 앞두고 있다. 진짜 테스트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부상이 심각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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