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만약 이번에도 발목이 잡혔다면 타격이 상당했을 상황이다. 그냥 깔끔하게 패하는 것은 툭툭 털고 다음을 도모할 수 있으나 번번이 찝찝한 결과물을 얻고 있으니 맥이 빠졌다. 감독의 출장정지 징계와 서포터 관련 물의로 인한 벌금까지, 경기장 안팎에서 악재가 가득했던 인천유나이티드 이야기다.
인천은 18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강원FC와의 23라운드 원정경기에서도 아찔한 순간을 맞았다. 더 이상 주춤해서는 곤란한 상황인데 반드시 잡아야할 상대에게 발목이 잡히기 직전까지 쫓겼다. 그런 그림 역시 악재에서 시작됐으니, 그대로 끝났으면 여파를 짐작키 어려웠다. 하지만 더 이상 당할 수 없다는 오기와 절실함이 스스로를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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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된 악재에 시름하던 인천이 오기와 절실함으로 악재를 극복해냈다. 그만큼 인천이 강해졌다는 방증이다. 사진= 인천유나이티드 제공 |
실상 경기 흐름상으로는 인천의 손쉬운 승리여야 했다. 경기시작 4분 만에 오른쪽 골포스트를 때렸던 설기현의 슈팅을 비롯해 전반은 거의 일방적이었다. 강원은 전반 내내 단 1개의 슈팅도 시도하지 못했다. 문제는, 이때 인천이 골을 넣지 못했다는 것이다. 축구는, 이러면 시나리오를 꼬아버리기 일쑤다.
사실 후반에도 흐름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던 후반 19분, 의외의 일이 벌어졌다. 강원의 외국인 공격수 웨슬리의 왼발 슈팅이 동료 김동기의 몸을 맞고 굴절되면서 행운의 골이 터졌다. 몸을 던진 권정혁 골키퍼의 반대편으로 굴러 들어갔다. 축구란 이런 것이다.
예상치 못한 득점과 함께 강원 선수들은 더더욱 힘을 냈다. 반면 무더운 날씨 속에서 인천 선수들은 조급해졌고, 정교함이 떨어진 플레이에는 실수가 나오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4연패를 끊겠다는 강원의 각오와 함께 인천이 골을 넣기가 쉽지 않은 분위기였다. 그런데 여기서 또 변수가 발생했다.
변화의 단초는 파울 하나였다. 설기현과 교체투입된 인천의 외국인 공격수 디오고가 후반 33분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남준재의 크로스를 헤딩으로 연결하려던 디오고를 배효성이 무리하게 막아내던 것이 화근이었다. 퇴장으로 인해 2경기를 쉬다가 복귀했던 배효성이 수비라인의 리더답지 못한 행동으로 아쉬움을 자아냈다. 결국 디오고가 골까지 넣으면서 1-1 동점이 됐다.
실상 이대로 끝나는듯했다. 1-1로 종료됐어도 강원의 소기의 성과였고 인천은 씁쓸한 결과였다. 가뜩이나 6위까지 떨어졌는데, 상위리그 잔류를 자신할 수 없는 불안한 상황이었다. 그런 위기의식이 결국 마지막 안간힘을 짜냈다. 정규시간 1분을 남겨놓고 남준재가 기어이 역전골을 터뜨리면서 짜릿한 역전승과 함께 소중한 승점 3점을 챙겼다. 그 골 하나로 인천은 수원을 끌어내리고 리그 5위에 올라설 수 있었다.
최근 악재가 많았던 인천이다. 계속 심판 판정으로 인해 이길 경기를 비기고, 비길 경기를 패했다는 피해의식이 컸던 인천이다. 그 과정에서 김봉길 감독은 강하게 항의하다 4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고, 흥분한 서포터들은 심판실을 막아서는 도에 지나친 행동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지난 10일, 디펜딩 챔프 서울과의 홈경기에서는 너무도 멋진 난타전을 펼쳤으나 후반 추가시간에 데얀에게 일격을 당해 2-3 아픈 패배를 당했다. 결국 여러모로
만약, 일방적으로 두드렸던 강원전의 결과가 몸에 맞아 굴절된 슈팅으로 인한 패배로 끝났다면 타격은 너무 컸을 것이다. 상하위리그 분기점까지 3경기밖에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큰 위기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결국 악재를 자신들의 힘으로 극복한 인천이다. 그만큼 인천이 강해졌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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