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을 보면서 조지 로이 힐 감독의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2인조 은행털이범 중 한 명인 부치 캐시디(폴 뉴먼)가 친구의 연인인 에타(캐서린 로스)와 함께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스쳐 지나간다.
거사를 앞둔 짤막한 휴식, 웃고 있지만 왠지 모를 불안한 기운….
1969년 만들어진 할리우드 서부영화에 1984년 한국의 프로야구팀 삼성 라이온즈를 대입시키는 게 너무 생뚱맞을까? 암튼 이선희의 자전거 타는 영상에 B.J. 토마스의 ‘Raindrops keep falling on my head’가 흐르면 더 어울릴 것 같다.
![]() |
1984년 어느 여름 날 오후, 대전(유성) 숙소에서 점심 식사를 마친 삼성 선수들이 무료함을 달래고 있다. 이선희 옆으로 왼쪽부터 박승호 박찬 정현발 오대석 손상득 이만수(오른쪽 끝은 훈련보조원)가 나란히 앉아 있다. 창문밖으로 물끄러미 폴 뉴먼과 캐서린 로스를 바라보던 로버트 레드포드 처럼 이선희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의 표정이 하나 같이 굳어 있다.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우승에 대한 압박감으로 썩어 문드러지는…. 당시 삼성의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듯하다.
1980년대 초반 삼성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이선희다.
1982년 원년 개막전과 한국시리즈 최종전에서 ‘눈물의 만루홈런’으로 고개를 떨군 이선희. 이 홈런 2방으로 그의 화려했던 아마추어 경력도 빛이 바래고 말았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이선희는 1977년 한국야구가 세계무대에서 처음 정상에 오른 대륙간컵대회 다승왕과 구원왕 그리고 MVP에 오른 전설적인 왼손투수다. 1980년 도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홈팀 일본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준 ‘일본킬러’의 원조이기도 하다.
![]() |
어느 덧 60을 바라보는 반백의 중년이 된 이선희. 야구에 대한 열정은 여전하다. 사진=MK스포츠 DB |
이선희는 1985년 MBC 청룡을 거쳐 1987년 6년 동안의 프로생활을 정리했다. 통산 성적은 28승
남한테 싫은 소리 한 마디 못하는 유순한 성격 때문에 강력한 카리스마는 내뿜지 못했지만 따뜻한 성품을 지니고 있는 이선희.
해맑은 표정으로 자전거를 타는 이선희의 모습에서 세월의 무상함이 가슴을 파고든다.
[매경닷컴 MK스포츠 김대호 기자 dhkim@maekyung.com]
사진제공=장원우 전 주간야구 사진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