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돌아온 ‘난세 영웅’ 안치용의 결승타로 SK가 4강에 한발 더 다가선 날, 박희수(30)는 ‘정상급 마무리’로 완벽하게 자리매김했다.
박희수는 3일 잠실 LG전에서 9회 등판해 1이닝 무실점 투구를 펼치며 SK의 4-3, 1점차 승리를 지켜냈다.
이로써 박희수는 정상급 마무리의 척도라 할 수 있는 20세이브를 올렸다. 지난해 홀드왕을 차지했다고 하나, 마무리 보직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정우람의 군 입대로 마무리를 맡은 첫 해, 빠른 적응력과 함께 최고의 마무리로 발돋움했다.
또 하나의 척도이기도 한 ‘짠물 투구’도 과시했다. 이날 무실점 호투로 평균자책점을 1점대(1.98)까지 낮췄다. 지난 5월 10일 목동 넥센전에서 시즌 3번째 등판 만에 첫 실점을 한 이후, 무려 116일 만이다.
SK의 박희수는 3일 잠실 LG전에서 시즌 20세이브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도 2.04에서 1.98로 낮췄다. 지난해 홀드왕은 1년 만에 정상급 마무리로 자리매김했다. 사진=김재현 기자 |
부상 탓에 시즌 참가가 늦은 데다 초반 SK가 부진해서 그렇지, 박희수의 투구 내용은 다른 마무리 투수들과 비교해도 으뜸이다.
피안타율이 1할6푼9리이며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도 8푼5리에 불과하다. 시즌 20세이브 이상 올린 투수들 가운데 피안타율 1위이며 WHIP 2위(1위는 오승환으로 8푼2리다)다. 특히, 장타 허용이 많지 않았다. 유일하게 피홈런이 없으며, 2루타 이상의 장타도 3개였다. 기록에서 느껴지듯 상당히 안정된 투구였다.
박희수의 ‘철벽’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폭염이 시작되면서 상대팀들에겐 박희수로부터 1점을 뽑아내는 것도 벅찬 일이 됐다. 지난 6월 21일 문학 롯데전에서 첫 승을 딴 직후부터 18경기에 나가 실점한 게 딱 1번이었다. 지난 8월 2일 문학 두산전에서 연장 10회 2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됐던 게 유일하다.
그 아픔이 있은 뒤 박희수는 더 강해졌다. 이후 8경기에서 7⅔이닝 연속 무실점을 펼쳤다. 피안타는 고작 3개였고, 볼넷도 딱 1개였다. 2명 이상의 주자를 내보지도 않았다. 그리고 세이브 6개를 올렸다.
박희수는 9월 첫 등판 경기에서도 LG의 막강 화력을 손쉽게 잠재웠다. 1사 후 현재윤에게
9회 결승타를 때린 안치용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지만, 1점차의 불안한 리드에도 변함없이 완벽한 투구를 펼친 박희수 또한 숨은 공신이었다. 든든한 박희수가 있음에, SK의 가을야구 기적도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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