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K리그 클래식 상반기 마지막 경기였던 포항과 부산의 26라운드 경기를 보기 위해 포항 스틸야드를 찾았다. 스틸야드는, 찾을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경기장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축구전용경기장인 스틸야드는 선수들과 팬들이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함께 숨쉴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춘 경기장이다. 골을 터뜨린 황선홍이 펜스에 매달려 팬들과 함께 세리머니를 펼치는 모습은 스틸야드에서만 가능한 짜릿한 장면이다.
2002월드컵을 전후로 월드컵경기장에 전국을 수놓으면서 규모면에서 포항 스틸야드는 느낌이 많이 작아졌다. 하지만 그곳이 뿜어내는 아우라는 여전하다. 실상 대한민국의 축구 풍토에서 4만 이상, 심지어 6만 명 이상이 들어가야 꽉 들어차는 월드컵경기장의 크기는 부담스럽다. 스틸야드를 비롯해 광양 전용구장이나 인천 축구전용경기장 등 ‘축구를 위한 구장’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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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스틸러스가 홈구장 스틸야드 잔디의 전면교체를 생각했다. 스틸야드의 아름다움을 되찾기 위한 구단의 작고도 큰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사진= MK스포츠 DB |
이런 홈구장을 사용하고 있는 포항스틸러스가 정규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는 것은 기특하면서도 안타까운 일이다. 이건 아니라는 지적에 구단 관계자는 머리를 긁적였을 뿐이다.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나 자신들도 괴롭다는 뉘앙스였다.
포항 관계자는 “7~8월 계속된 폭염과 가뭄에 잔디가 다 죽어버렸다. 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이런 날씨 속에서는 도저히 방법이 없다”는 말로 답답함을 토로했다. 실상 포항 스틸야드만의 문제는 아니다. 혹서기가 지나고 나면 멀쩡한 경기장보다 그렇지 않은 경기장이 더 많다. 무덥고 습한, 기후 자체가 바뀌고 있는 상황에 맞게 잔디도 교체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관리 실패에 대한 책임은 통감하나, 엎어진 물을 수습하기 어렵다는 게 또 괴로운 일이었다. 잔디를 보수하는 것이 시간적으로도 재정적으로도 보통 투자를 요하는 게 아닌 까닭이다. 관계자가 그저 머리를 긁적일 수밖에 없는 것도 이해는 갔다. 하지만 조치는 필요했던 일이다. 그러던 중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포항스틸러스가 스틸야드 잔디의 전면 교체를 결정한 것이다.
포항 구단은 5일 “2003년 잔디교체 공사 이후 10년 동안 각종 국내외 대회를 치르면서 잔디가 많이 노화됐다. 관리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손상을 막기는 힘들었다. 이에 잔디를 전면 교체하기로 결정했다”면서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지만 현재의 그라운드 환경에서는 새로운 잔디를 심는다고 해도 정상적인 생육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 아래 교체를 결정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 문제의 심각성은 느끼고 있었기에 조치에 대한 기대는 있었으나 전면 교체는 예상치 못했다.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움푹 들어간 곳들의 부분 보수 정도에서 또 올 시즌을 마무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통 큰 결정을 내렸다.
포항 구단 측은 “현재 스틸야드는 부분적인 보수만으로는 최상의 그라운드를 유지할 수 없는 상태이다. 9월과 10월은 잔디 생육의 최적온도인 26도가 유지된다는 점을 감안해서 전면교체를 결정했다. 중요한 때이지만 좀 더 먼 미래를 내다보고 결정했다”는 뜻을 전했다. 뿌리를 잘 내릴 수 있는 시기에 임시방편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겠다는 의도였다. 우승의 향방이 결정되는, 상위리그가 시작되는 ‘중요한 때’이지만, 축구 하루 이틀 할 것 아니라는 것이다.
포항 구단은 스틸야드를 대신해 스플릿 라운드 홈 6경기를 치를 장소로 포항종합운동장을 고려하고 있다. 이것도 일이다. 포항종합운동장도 오래된 경기장이다. 프로축구연맹의 경기장 실사 및 승인 절차를 거치게 되면 긴급 보수와 추가 설비보완에 신경 쓸 것이 많다. 구단 입장에서는 일이 곱절이 되는 셈이다. 그래도, 해야 했던 일이다.
그 정도로 훼손됐는데도 모른 척하면서 뛰었다는 것부터 지적받아야한다. 몸이 재산인 선수들을 부상 당할 위험이 큰 곳으로 밀어 넣었다는 것은 태만이다. 결정이 늦었지만, 그 늦음을 만회하기 위한 과감한 결정에는 박수를 보낸다. 포항 구단은 “모기업 포스코가 잔디 교체작업에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축구를 위한, 축구의 필드’ 스틸야드는 아름다운 경기장이다. 그 아름다움을 되찾기 위한 구단의 작고도 큰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리그를 선도하는 구단이라는 자부심은 그에 합당한 노력이 있어야한다. 단순히 성적만으로 ‘리그 선도’를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MK스포츠 축구팀장 lastuncle@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