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11년 만의 가을야구 축제를 앞둔 LG 트윈스가 즐길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 성적 부담이 낳은 스트레스 증후다.
LG는 지난 1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충격의 끝내기 역전패를 당했다. 불펜 필승조를 풀가동하며 총력전을 쏟고도 연장 10회말 3-4로 무너졌다.
LG의 뒤집기 우승은 물 건너갔다. 삼성은 남은 2경기서 1승만 더하면 3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짓는다. LG의 2위 수성은 더 위태로워졌다. 3위 넥센 히어로즈에 0.5경기차로 쫓기면서 승률은 불과 1리 차이다.
LG 트윈스 마무리 투수 봉중근이 지난 1일 부산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올 시즌 첫 패배를 당했다. 사진=MK스포츠 DB |
그러나 8회말 1사 1, 2루서 허무한 실책 하나가 결정적 패인이 됐다. 이동현이 조성환을 평범한 투수 앞 땅볼로 유도해 병살로 이닝을 정리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동현이 2루 송구 실책을 저지르며 2루 주자를 홈까지 홈까지 불러들여 동점을 내줬다. 스텝을 제대로 밟지 못한 이동현의 몸은 평소답지 않게 굳어있었다.
결국 연장으로 끌고간 10회말에도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긴 마무리 봉중근이 올 시즌 첫 패전의 멍에를 썼다. 봉중근 역시 좀처럼 긴장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2사 이후 황재균의 볼넷과 문규현의 안타로 1, 3루 위기에 몰렸고, 김준태에게 2스트라이크를 먼저 잡고도 통한의 끝내기 안타를 얻어맞고 무너졌다.
LG 마운드는 시즌 내내 철옹성을 유지했다. 팀 평균자책점 3.72로 여전히 전체 1위다. 그런데 최근 선발과 불펜 모두 흔들리고 있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하고도 웃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적 부담이다.
지난달 29일 봉중근은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봉중근은 “솔직히 팀 분위기가 좀 처져 있는 것은 사실이다. 목표 순위가 높아져서 선수들이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다. 특히 투수들의 경우 1, 2점만 내줘도 스트레스와 부담이 되고 있다. 5회까지 우리가 끌려가면 스트레스를 엄청 받게 된다”고 했다.
샌드위치 순위로 시즌 막판까지 쫓기면서 스트레스는 더 가중됐다. 특히 포스트시즌을 경험하지 못한 선수들이 대부분인 LG의 부담감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봉중근은 “승패 +20개를 한 것도 처음이고 충분히 정말 잘한 해다. 가을야구 자체가 신기하다. 그런데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 더 힘들고 아쉽고
LG의 최우선 과제는 마음을 비우고 성적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는 일이다. 지난 10년 동안 누리지 못했던 한 맺힌 가을야구 축제를 즐기는 각오로 나서야 한다. 순위 경쟁이지만, 포스트시즌에 비해 압박감이 상대적으로 적은 지금부터 연습이다. 올 시즌 LG의 승리 모토는 즐기는 야구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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