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독일 아우크스부르크) 이상철 기자] 홍명보호 출범 이래, 100% 출석한 이는 8명이다. 정성룡(수원), 황석호(히로시마 산프레체), 이용(울산), 김창수(가시와 레이솔), 이명주(포항), 한국영(쇼난 벨마레), 윤일록(서울) 등이다. 그리고 남은 한 명이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다.
지난 9월 30일 발표된 홍명보호 4기 명단에도 홍정호는 이름을 올렸다. 그렇지만 앞서 다소 시끄러웠다. 실력은 논외다. 홍명보 감독의 ‘원칙’이 문제였다. 홍정호는 아우크스부르크 이적 이후 1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벤치에도 앉지 못했다. ‘소신’을 가지고 소속팀에서 꾸준하게 뛰고 있는 선수를 선발하겠다던 홍명보 감독이었다. 기성용(선더랜드)과 윤석영(QPR)에 가려있어 그렇지, 홍정호의 발탁 또한 홍명보 감독의 원칙에는 어긋났다.
홍정호 또한 스스로 이 논란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홍명보 감독이 축구회관에서 4기 명단을 발표하고 반나절이 지난 뒤, 지구 반 바퀴 너머의 아우크스부르크에서 홍정호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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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호는 홍명보호에 1기부터 4기까지 빠짐없이 포함됐다. 아우크스부르크 이적 이후 1경기도 뛰지 못해 선발 논란이 일기도 했는데, 실력으로 이를 돌파하겠다는 홍정호다. 사진(독일 아우크스부르크)=김영구 기자 |
홍정호를 만난 날, 그는 태극마크를 달았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해외에서 뛰고 있는 선수를 소집할 경우, 대한축구협회가 소속팀에 소집 공문을 2주 전 보내야 한다. 때문에 일찍이 클럽 관계자를 통해 10월 A대표팀에 합류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아우크스부르크에서는 내심 홍정호가 선발되지 않기를 바랐다. 현지 적응 중인 홍정호가 A매치 데이 기간 동안 팀에 남아, 선수들과 손발을 맞추는 게 더 낫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다. 홍정호가 팀 훈련을 소화하고 있긴 하나, 연습 경기 출전도 딱 한 차례였다. 적응 단계라 최상의 몸 상태라고 하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아우크스부르크의 바람과 달리, 홍정호는 오는 6일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홍정호의 생각은 어땠을까. 발탁 가능성은 50%라고 여겼다. 되면 좋겠지만, 안 되도 낙심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소집 통보를 받았다. 홍정호는 “감독님께서 세우신 원칙이 있기 때문에 가능성은 50%라고 생각했다. 현재 나는 경기를 뛰지 않고 있다. 당연히 A대표팀 선발 원칙에 따라 논란이 될 수도 있다. 경기에는 뛰지 않았지만 그래도 몸 상태가 충분히 괜찮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정면 돌파다. 스스로 실력으로 논란을 씻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아이티전과 크로아티아전에서 한국의 수비는 미숙했다. 단단했던 그물망 수비가 느슨해졌다는 평이다. 홍정호는 이에 대해 “선수들은 분명 최선을 다했다. 아쉽긴 하나 앞으로 보완 가능하다. 어차피 목표도 현재가 아니라 내년 월드컵이다. 지금 지면서 발전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 조직력을 맞추면서 팀을 만드는 과정이니까”라고 했다.
그렇기에 이번 12일 브라질전과 15일 말리전이 더욱 중요해졌다. 홍정호 역시 네이마르(바르셀로나) 등 정예 멤버로 방한하는 브라질과 대결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의지도 강하다. 부상 탓에 2012런던올림픽도 탈락해, 최근 세계적인 강팀과 겨뤄본 지가 참 오래됐다. 2011년 6월 가나전 이후 2년 4개월 만이다(9월 10일 크로아티아전에 홍정호는 벤치를 지켰다).
홍정호는 “가나전 이후 강팀과 경기한 적이 없다. 출전 여부는 잘 모르나, 그래도 좋은 기회다. 나를 시험하는 무대로서 많은 걸 배울 것 같다. 부담은 없다. 그저 세계적인 선수들을 상대로 잘 해보고 싶은 마음뿐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표정에는 설렘과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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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호는 하루하루가 배움의 연속이라고 했다. 많이 부족한 자신이 보다 성장하기 위해 선택한 유럽 진출이었다. 사진(독일 아우크스부르크)=김영구 기자 |
홍정호는 친정팀 제주의 만류에도 도전을 택했다. 제주는 K리그 클래식 시즌이 끝난 뒤 유럽축구 겨울 이적시장 때 보내주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아시아 출신 중앙 수비수라는 ‘핸디캡’을 가진 홍정호였다. 반년 뒤에도 유럽에서 러브콜이 올 것이라고 자신할 수 없었다. 박경훈 감독을 설득해 유럽 진출의 꿈을 이뤘다.
홍정호는 “지난해 독일에서 재활치료를 하면서 분데스리가의 매력에 푹 빠졌다. 꼭 독일에 가고 싶었다. 그런 가운데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동아시안컵과 페루전을 지켜본 뒤 완전 이적 의사를 타진했다. 이렇게 빨리 제의가 올 줄 몰랐다. 박경훈 감독님께서는 겨울에 보내주겠다고 했으나, 내 생각에는 그러면 가지 못할 것 같았다. 혹 성사가 되더라도 적응 문제 등으로 월드컵을 준비하는데 차질이 생길 수 있었다. 6개월 먼저 경험하고 싶었고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다고 해 허락을 받았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3년간 제주에 있으면서 한 게 하나도 없어 죄송한 마음이 크다. 은혜를 잊지 않고 꼭 보답하려 한다. 시간이 촉박해 작별 인사도 제대로 못 했는데 시즌을 마친 뒤 돌아가 정식으로 인사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꿈을 이뤘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리고 홍정호는 어깨가 무겁다. 중앙 수비수의 첫 유럽 빅리그 1부리그에 진출했다. 홍정호가 길을 잘 닦아놔야, 향후 후배들이 보다 편안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엄청난 중압감에 시달렸다.
홍정호는 “그 생각 때문에 부담이 컸다. 그런 가운데 훈련에 임하니 독이 됐다. 초반 시차적응도 잘 안 돼 몸 상태도 엉망이었다. 스스로 화가 났다. 그러나 현지 어린이 팬들이 ‘그냥 즐기라’라고 응원했는데, 그게 마음에 와 닿았다. 이제는 몸도 마음도 편안하다. 실수를 해도 즐기면서 하려 한다. 후배를 위해 길을 열어줘야겠지만 안 되면 또 어쩔 수 없지 않나. 그저 내가 최선을 다해 후회없이 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라고 전했다.
독일에 온 지 1달도 채 되지 않았지만, 이적하기로 결심하길 잘 했다는 생각을 하고 또 한다. 하나하나 배우며 성장하고 있다는 걸 스스로 느낀다. 홍정호는 “더욱 성장하고 싶어서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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