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부산) 김원익 기자]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7번째이자, 사상 첫 3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디펜딩 챔피언의 자격으로 치렀던 2013년 페넌트레이스, 감격적인 우승은 그 어느해보다 드라마틱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삼성은 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3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서 9-2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삼성은 75승 50패 2무를 기록하며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지었다. 팀 7번째 정규시즌 우승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집계에 따르면 1989년 단일리그로 바뀐 이후 양대리그로 치러졌던 1999년과 2000년을 제외하고 2001년, 2002년 2005년, 2006년, 2011년, 2012년, 2013년 도합 7번의 우승을 차지하게 됐다. 동시에 사상 첫 정규시즌 3연속 우승이다. 2011년 류 감독 부임 이후 2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과 한국시리즈 우승의 통합우승을 거머쥐었던 삼성은, 2013년 페넌트레이스 우승트로피까지 들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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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의 2013년 우승은 그 어느해보다도 드라마틱했다. 사진=김재현 기자 |
탄탄대로를 질주했던 전반기였지만 그 여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외국인투수는 제 몫을 하지 못했고, 불펜에는 이탈자들이 많았다. 그사이 강력한 경쟁자 LG트윈스는 삼성을 맹추격했다. 전반기 삼성은 73경기서 43승28패2무 승률 6할6푼의 호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2위 LG가 6연승을 내달려 0.5경기차로 삼성을 바짝 따라붙었다. 3경기차로 뒤진 넥센 히어로즈와 4경기차의 두산 베어스까지 3팀은 사정권에서 삼성을 추격했다.
팀 평균자책점 3.87을 기록한 마운드는 전반기에도 탄탄했다. 하지만 외국인 투수들의 힘이 없는 토종 선발 4인과 불펜투수들의 선전의 결과였다. 아네우리 로드리게스는 단 11경기서 3승5패 평균자책점 4.40으로 부진했다. 특히 57⅓이닝을 소화하는데 그쳤다. 위력과 제구력면에서 모두 낙제점을 받은데다 팔꿈치 뼛조각까지 발견되면서 결국 퇴출됐다.
이때만 해도 릭 밴덴헐크도 속을 썩였다. 전반기 부상여파로 한참동안 개점휴업이다 지난 4월24일 LG전서 데뷔전을 치른 이후 13경기서 3승5패 평균자책점 4.50에 그쳤다. 외국인 투수들 중에서도 최고의 기량을 지닌 것으로 꼽혔던 시즌 전 기대와는 딴판의 결과였다.
특히 불펜쪽에서도 팔꿈치 수술로 시즌 아웃된 권오준, LG로 이적한 정현욱의 공백이 컸다.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셋업맨 안지만도 시즌 초반 구위 저하에 시달렸다. 하지만 심창민과 신용운이 혜성같이 등장해 제 몫을 다했다. 하지만 그랬던 심창민도 어깨 통증에 시달리는 등 여러모로 불안요소가 잠재해 있었다.
LG의 기세는 눈부셨다. LG는 팀타율(0.282), 팀 평균자책점(3.66)의 상징적인 지표서 삼성을 모두 2위로 끌어내리고 1위로 올라섰다. 반면 삼성은 4월 13승6패, 5월 15승7패의 상승세 이후 6월 10승8패2무, 7월 전반기까지 5승5패로 점점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 불의의 부상, 쏟아지는 이탈자
후반기 진짜 삼성의 위기가 시작됐다. 주전 선수들이 잇따른 부상으로 빠져나갔다. 8월 13일 내야수 조동찬이 LG트윈스 문선재와 충돌해 왼쪽 무릎인대 부상을 당했다. 74경기에 출장해 221타수 53안타 7홈런 25타점 타율 2할4푼을 기록한 조동찬은 타격 성적면에서는 그리 출중한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2루수, 유격수, 3루수를 두루 소화할 수 있는 귀중한 자원이었다.
장외 타격왕 채태인의 공백은 치명적이었다. 84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5푼6리로 리딩히터에 오르며 맹활약했다. 그러다 8월 17일 포항 넥센전에서 다이빙캐치를 하다 왼 어깨 실금 부상을 당했다. 거기에 주전 포수이자 베테랑인 진갑용이 지난 8월 23일 대구 두산전에서 파울 타구에 맞아 왼쪽 무릎 부상에 시달린 끝에 9월 엔트리서 제외됐다. 급기야 배영섭이 9월8일 레다메스 리즈의 사구에 헬멧 부위를 맞고 엔트리스 제외되는 ‘헤드샷 사건’마저 일어났다. 설상가상 허리디스크에 시달렸던 이승엽마저 9월18일 엔트리서 말소되면서 삼성은 주전 5명을 빼고 야구를 해야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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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왕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사진=김재현 기자 |
류중일 감독은 우승 이후 인터뷰서 “8월말과 9월초가 시즌 중 최대 위기였다. 이때 안좋았을 때 최형우와 진갑용 이승엽 등의 고참들이 후배들을 잘 다독여 잘 뭉치게 했다”며 “그래서 8연승을 하게 된 것이 우승의 비결인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류 감독의 말처럼 반전이 일어났다. 이후 삼성은 파죽의 8연승을 달렸다. 류 감독은 선수들의 선전에 대해 “아마 LG에 2.5경기 차 까지 밀려 2위로 떨어지면서 선수들이 자존심이 상했던 것 같다”며 선수들이 더욱 뭉치게 됐던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연승 이후 삼성은 3연패를 당하며 주춤했다. 특히 9월29일 LG와의 맞대결서 패배하면서 자칫하면 우승을 내줄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3연승으로 다시 이를 극복해내며 우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 백업들의 반란, 베테랑들의 분전, 밴덴헐크의 반전
무엇보다 선수단 전체의 힘으로 일궈낸 승리다. 주전들의 공백을 백업요원들이 메웠다. 김태완, 정병곤, 강명구, 정현, 정형식, 우동균, 이상훈, 강봉규의 백업 요원들이 주전 못지않은 쏠맹활약을 펼쳤다.
전반기 다소 주춤했던 베테랑들도 더욱 힘을 냈다. 시즌 내내 맹타를 휘두른 최형우는 전반기 막바지와 후반기 초반 맹타를 휘두르며 팀을 지탱했다. 후반기에만 타율 3할5리 12홈런 44타점의 맹활약. 박한이도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며 후반기에만 29타점을 쓸어담았다. 특히 박석민은 타율 3할6푼4리 10홈런 51타점의 무시무시한 성적을 냈다. 51타점은 단연 후반기 최다 타점. 전반기 부진을 완벽하게 만회했다.
카리대는 팀에 거의 기여하지 못하고 1군서 말소됐으나 릭 밴덴헐크는 후반기 질주를 펼쳤다. 11경기서 4승4패 평균자책점 3.33으로 제 몫을 다했다. 타선지원과 불펜진의 부진으로 승리는 4승에 그쳤으나 9번의 퀄리티스타트와 5번의 퀄리티스타트 플러스를 기록하며 반전에 성공했다.
▲ 드라마틱한 우승, 이면엔 삼성의 품격 있다
삼성의 드라마틱한 우승 과정에서 새로운 왕조의 품격은 여실히 드러났다. 그 어느해보다 치열했던 시즌이었지만, 삼성은 다시 당연하다는 듯 우승을 차지했다. 여러 내우외환들이 겹쳐진 악조건 속에서도 거둔 승리라는 점이 더욱 뜻 깊다. 1군 선수들이 자리를 비우면 백업자원들이 자리를 메웠고, 거짓말처럼 신예들은 새롭게 등장했다. 베테랑 선수들은 언제 부진했냐는 듯 제 몫을 했고, 부상 선수들은 빠른 시기에 복귀해 맹타를 휘둘렀다. 최첨단 2군 훈련장 경산볼파크를 기반으로 한 탄탄한 자체 팜시스템과 국내 최고 수준의 삼성트레이닝센터(STC)를 보유한 삼성의 강점. 거기에 수준높은 프런트의 지원. 저력을 갖춘 코치진들의 존재. 무엇보다 당연하
당장 한국시리즈부터 삼성은 다시 디펜딩챔피언의 자격으로 도전자들을 맞는다. 그 응전이 강력하리라는 것은 올해 삼성을 지켜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사상 첫 3연속 정규시즌 우승을 만든 품격과 저력, 거기에는 여러 사람들의 땀과 눈물이 녹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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