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독일 마인츠) 이상철 기자] 지난 9월 30일 발표된 홍명보호 4기 명단에서 가장 뜨거운 이름은 기성용(선더랜드)이었다. SNS 파문 이후 첫 국가대표 발탁으로 선발 논란에 시달렸다. 그와는 다르게 화제를 모으면서 가장 뜨거운 포지션이 왼쪽 수비였다.
A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 감독은 선수를 뽑을 때 각 포지션별로 2배수 선발 원칙에 따랐다. 1기부터 3기까지 왼쪽 수비는 매번 2명이었다. 하지만 4기에서는 박주호(마인츠), 김진수(알비렉스 니가타), 윤석영(퀸스 파크 레인저스) 등 3명을 뽑았다. 누구도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한 가운데 경쟁률은 3대1로 더욱 치열해졌다. 곧 한국으로 넘어가 험난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박주호를 독일 현지에서 먼저 만나, 왼쪽 수비 무한 경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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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호는 2014브라질월드컵에서 왼쪽 수비를 책임질 후보 중 한 명이다. 유럽 무대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으며 꾸준히 출전 기회를 잡고 있다. 왼발 킥이 좋고, 측면 미드필더와의 간격 유지 등도 뛰어나다. 사진(독일 마인츠)=김영구 기자 |
박주호의 A매치 출전 기록은 12경기다. 2010년 1월 A매치 데뷔를 했으니, 그리 많은 경험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 왼쪽 수비 자원 가운데에는 가장 많은 경험을 했다. 윤석영과 김진수는 2경기씩을 뛰었을 뿐이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이 부임한 이후 출발선에서 다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누구도 앞서 나가지 못했다. 예측할 수 없는 숨 막히는 레이스다. 그런데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경쟁률이 2대1에서 3대1이 됐다는 말에 박주호는 “전혀 그렇지 않다”라고 부정했다. 경쟁자는 항상 많았고 치열했다고 했다. 대한민국 국적의 왼쪽 수비수 모두가 경쟁자라는 것이다.
박주호는 “(소속팀에서 꾸준히 뛰고 있지만)당연하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 않는다. 그저 뽑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질 뿐이다. 나를 비롯해 3명이 아니어도 왼족 수비에 선발될 선수는 많다. 경기를 뛰든 안 뛰든, 중요한 건 일단 A대표팀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야 감독님이 원하는 걸 알고 적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경쟁을 벌여야 할 선수들에 대한 칭찬도 빼놓지 않았다. 박주호는 “(윤)석영이는 크로스가 정말 좋다. 감독님과 가장 오랫동안 함께 했기에, 감독님의 스타일도 잘 알고 있다. (김)진수는 솔직히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좋은 선수라는 이야기는 들었다”라고 평했다. 하나같이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무한 경쟁에 대한 압박도 없다. 언제나 그렇듯 그는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노력할 뿐이라고 했다. 박주호는 “특별히 부담도 걱정도 없다. 언제나 A대표팀에 들어가면 열심히 잘 해야 한다는 마음이다. 아이티전에서도 실점하긴 했지만 준비한대로 내가 가진 걸 모두 쏟아부었다. 최선을 다했기에 만족한다”라며 “물론 나도 뛰고 싶다. 브라질전과 말리전을 모두 뛰고 싶다. 그렇지만 항상 경기에 뛸 수 있는 게 나일 수는 없다”라고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한국축구는 2011년 아시안컵을 마친 뒤 딜레마에 빠졌다. 이영표(밴쿠버 화이트캡스)가 태극만크를 반납한 뒤, 그 누구도 왼쪽 수비의 주인이 되지 못했다. ‘제2의 이영표 찾기’는 2년이 지나서도 영원한 숙제로 지적되고 있다.
그 후보 중 한 명이기도 한 박주호는 이를 반박했다. 단번에 제2의 이영표를 찾기를 바라는 건 무리라는 것이다. 혜성 같은 등장은 없고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박주호는 “10여년간 안정감 있던 (이)영표형이다. 그 모습을 다른 선수에게 투영해 바란다는 건 무리다. 그 누구도 채울 수 없다”라며 “누가 될지는 모르나 향후 몇 년간 지속적으로 뛴다면 조금씩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라고 자신의 의사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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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호는 시즌 개막 전 근육 부상으로 고생했다. 아직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독일 마인츠)=김영구 기자 |
박주호는 홍명보호 4기 유럽파 가운데 가장 선발 원칙에 부합된다. 5일 현재 시즌 개막 이후 분데스리가 전 경기(7경기)에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가장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렇지만 박주호에 대한 평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독일 현지 언론부터 최근 박주호에 대해 저조한 평점을 남겼다.
일단 팀이 하락세였다. 마인츠는 개막 이후 3연승의 휘파람을 불었지만, 이후 4연패의 늪에 빠졌다. DFB 포칼에서도 쾰른에게 패해 2라운드 탈락했다. 최근 5경기를 내려 졌다. 경사도가 상당히 가파르다. 기실 꼬일대로 꼬였다. 잘 풀하도 골 결정력 부족으로 놓친 경기가 적지 않았다.
박주호는 “팀이 지고 있는데 수비수로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겠나”라며 당연하다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팀이 다시 치고 올라가면 평가도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개인적인 문제도 있었다. 박주호는 아직 완벽한 몸 상태가 아니다. 시즌 전 근육 부상으로 몸이 성치 않았다. 지난달 21일 레버쿠젠전에서는 전반 17분 힐버트와 충돌로 왼쪽 정강이를 다쳤다. 부상 정도가 심각하진 붓기가 빠지지 않는 등 잔부상을 안고 있다. 여기에 구자철(볼프스부르크), 손흥민(레버쿠젠),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와 마찬가지로 박주호도 올 시즌을 앞두고 둥지를 틀었다. 적응이 필요한 시기다.
박주호는 “부상 탓에 1달을 쉬었다.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단계에서 시즌 개막을 맞이했다. 아직 100%도 아니다. 점점 더 좋아질 것이다”라며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12위까지 곤두박질 친 마인츠도 다시 바닥을 딛고 일어설 것이라고 확신했다. 박주호는 “레버쿠젠전을 제외하고는 전반 경기 내용은 매우 좋았다. 상대를 압도했다. 그런데 라인을 많이 올리니 후반 들어 상대의 역습에 당하는 경우가 많다. 집중력도 체력도 떨어졌다. 골도 너무 쉽게 허용했다”라며 “그렇지만 지금 이 고비만 잘 넘긴다면 한 단계 올라갈 것이다. 위기지만 더 좋은 날이 오기 위한 기회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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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 특례 조항이 대폭 강화될 방침이다. 박주호가 내년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와일드카드로 뽑혀 28년 만에 금메달을 안긴다 해도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군 문제로 유럽 생활을 청산해야 하는데, 박주호는 당연한 의무라며 개의치 않아 했다. 사진(독일 마인츠)=김영구 기자 |
인터뷰가 끝날 무렵, 다소 예민한 질문을 넌지시 던졌다. 대한민국 국적의 남자라면, 지겨야 하는 ‘국방의 의무’에 관해 화제를 꺼냈다.
신체 건강한 박주호는 현역 입영 대상자다. 1987년생인 그는 병역 면제 혜택을 받지 못했다. 2012런던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했다. 내년 인천에서 개최하는 아시아경기대회에 출전하려면 와일드카드로 뽑혀야 한다. 그리고 병무청이 병역 특례를 강화하는 방안까지 추진 중이다. 아시아경기대회 대표팀에 발탁돼 금메달을 딴다 해도 추가 실적을 올려야 한다. 국제종합선수권대회에서 연령별 제한이 걸린 축구 종목 특성상, 박주호가 병역 면제를 받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박주호는 지난 7월 마인츠와 2+2년 계약을 했다. 마인츠에서 2년 연장 계약 옵션을 걸긴 했지만, 군 입대를 해야 하는 박주호의 신분도 한 이유였다. 기본 2년 계약을 마친 뒤, 박주호는 28세가 된다. K리그로 돌아와 상주나 경찰청을 통해 입대를 해야 한다. 유럽 생활도 사실상 끝이다.
박주호는 “군 문제도 걸려있어, 지난 여름이 아니면 빅 리그로 이적하기가 힘들 수밖에 없었다. 군에 입대하기 전까지는 내가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싶다. 그래서 어디든지 꼭 가고 싶었다. 그게 마인츠로 이적하기로 결심한 이유다”라고 전했다.
그렇게 유럽, 그리고 빅 리그 진출의 꿈을 이뤘지만, 군 입대로 그 달콤한 맛을 오래 누릴 수가 없다. 한창 성공가도를 달리는 시기에 군 입대한다는 건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닐 터다.
그런데 박주호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박주호는 “군 입대와 관련해 전혀 스트레스 받지 않는다. 상황이 크게 바뀔 여지도 없으며, 당장 눈앞에 닥친 것도 아니다.
병역을 피할 뜻도 없음을 분명히 했다. 박주호는 “대한민국 남자라면 군대에 당연히 가야한다”라고 단호한 어조로 밝혔다. 갈 때 가더라도, 그 전까지 자신의 모든 걸 불태구고 싶다며 다부진 각오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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