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사상 첫 9위라는 불명예의 성적표로 시즌을 마쳤다. 신생 구단 NC다이노스의 존재를 떠올리면 사뭇 충격적인 결말이지만, 사실 일찌감치 예고된 추락이었다.
도대체 무엇부터 잘못된 것일까. ‘우승 청부사’ 김응용 감독을 야심차게 영입하며 그려봤던 장밋빛 시즌은 개막 최다 13연패의 꿈으로 일찌감치 무너졌다. 한화는 128경기서 42승85패1무 승률 3할3푼1리의 성적을 기록했다. 한화의 통산 승률 4할8푼5리의 성적에 크게 못 미치는 승률이다. 또한 1986년 빙그레 이글스의 2할9푼에 이은 구단 통산 역대 최저 승률 2위에 해당한다. 신예 선수의 성장과 후반기 분전이라는 가시적인 성과에도 이처럼 현실은 냉혹했다.
한화는 이로써 지난 5년간 4번의 최하위를 기록한 팀이 됐다. 냉정히 말해 구단 역사상 가장 심각한 암흑기다. 암흑기의 출발은 근본적인 원인에서 출발한다. 한화가 맞닥뜨리고 있는 지금의 '재앙'은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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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이 흘린 눈물을 보답하려면 더욱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사진=MK스포츠 DB |
▲고난의 역사, 이어받은 한화
2000년대 중반 한화는 우승을 넘보는 팀이었다. 2005년 4위, 2006년 2위, 2007년 3위의 성적으로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김인식 전 한화 이글스 감독(현 한국야구위원회 기술위원장)은 2005년 부임 당시 2004년 7위에 그친 팀을 단숨에 4위로 끌어올리는 저력을 보였다.
하지만 이후 부작용이 컸다. 소진된 힘을 내부적으로 성장시키기보다 외부에서 채우는데만 집중했다. 김 전 감독은 당시 재기가 불투명한 노장 선수들을 활용해 ‘재활공장장’이라는 별명을 얻었는데, 문동환, 지연규, 조성민, 최영필, 권준헌 등이 김 전 감독의 믿음하에 새롭게 기회를 얻어 활약했다.
이는 당시 2군 연습장조차 제대로 없었고, 팀이 2군 육성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시점에서의 고육지책이자, 현재만을 생각한 전진이었다. 세대교체는 필연적으로 지연됐고, 송진우와 구대성이라는 거목이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고, ‘괴물’이 메이저리그로 떠나면서 한화의 추락은 가속화됐다. 신인드래프트에서조차 지명권을 모두 행사하지 않을 정도로 신인 육성에 소극적이었던 한화 프런트의 오판은 결국 살점과 뼈가 모두 떨어져나가는 듯한 쓰라린 팬들의 고통으로 돌아왔다.
새 동력이 등장하지 못하면서 한화는 2008년 5위를 기점으로 추락을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해 마운드의 축이었던 선발투수 박찬호, 양훈, 그리고 절대적인 에이스 류현진이 빠져나간 여파는 올해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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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한화는 비로소 최신식 2군 전용훈련시설의 서산시대를 열었다. 수년간 한화의 부진은 예고된 재앙이었다. 사진=MK스포츠 DB |
지난시즌 FA 보강에 실패한 구단은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그간 소극적인 행보로 ‘짠물구단’이라는 이미지를 얻었던 한화는 지난 스토브리그서 적극적인 영입에 나섰으나, 결과적으로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했다. 하위권이 유력했던 한화로서는 더욱 적극적인 투자가 답이었다. 2012시즌 직전 전력을 우승이라고 오판했던 것과 크게 다를 것 없는 오만이자, 무능력이었다.
외인선수의 영입도 결과적으로는 실패다. 지난 수년간 만족스러운 외국인선수를 영입하지 못했던 한화는 올해 나름대로 선방을 한 듯 했다. 한국무대서 나름대로 적응을 한 우완 투수 데니 바티스타와 메이저리그 커리어가 화려한 좌완 대나 이브랜드로 외인 마운드를 구성했다.
하지만 이들 역시 한화를 구원할 ‘메시아’는 아니었다. ‘이들이 다른팀에 있었다면?’이라는 가정은 의미가 없다. 바티스타와 이브랜드는 기본적인 기량 면에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분명한 약점도 노출했다.
바티스타는 강한 스터프에도 불구하고 제구력과 멘탈, 안정감, 무엇보다 내구성면에서 선발투수로서의 한계점을 보였다. 이브랜드는 떨어지는 구위의 한계와 수비 의존성을 노출했다. 후반기 충분히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지만, 매 경기 실점을 하는 모습은 수비 불안과 불운을 감안해도 여전히 기대치에 못 미쳤다. 이들 두 명의 선수가 한화가 아니었다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한화에 필요한 것은 약점이 없는 더욱 완벽한 투수들이다. 이를테면 타 팀에서 에이스로 활약 중인 ‘절대수준’의 투수들이었다. 수년간 에이스급 외국인 선수가 나타나지 않는 것은 결국 구단 시스템과 의지의 문제다.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선은 말 그대로 허울뿐인 지표에 불과하다.
한화는 지난 2년간 선수들의 최대 연봉 인상액을 5000만원으로 동결시켰다. 최고의 활약을 펼친 어떤 선수라도 연봉 인상은 5000만원에 그쳤다. 큰 삭감은 없되 대폭적인 인상도 없었다. 어떤 선수라도 동기부여를 받기 힘든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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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용 사단과 한화의 궁합은 적어도 2013년에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사진=MK스포츠 DB |
▲ 타이거즈 사단과 2013년 이글스의 궁합은 결국 실패
타이거즈의 전성기를 대표했던 ‘타이거즈 왕조’의 정점인 이른바 ‘김응용 사단’의 합류는 많은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결국 이 선택은 2013년만 놓고 보면 시행착오를 반복한 것에 가까웠다. 한화가 구단의 젊은 선수들을 승계해 리빌딩으로 방향을 잡아야 하는 팀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랬다. 수년간의 현장 경험 공백 끝에 복귀한 한화의 신 코칭스태프들은 방향성 측면에서 갈피를 잡지 못했다. 1군 핵심 코칭스태프들이 모두 기존 한화와 단절된 인사들로 물갈이 되면서 2012년과 2013년 코칭스태프의 경험이 단절되거나 제대로 소통이 이뤄지지 못했다.
지난해 활약했던 1군 투수들의 올해 집단 부진은 지난겨울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이 과정에서 송진우 투수코치에게 기존 투수들의 훈련 전권을 맡겼던 김응용 감독은 이후 투수들의 적은 훈련량에 대해서 아쉬움을 드러낸 바 있다. 결과적으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화학작용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뜻이다. 결국 한화는 전반기 종료 이후 기존 2군 한화 출신 코치들을 대거 1군으로 자리를 옮기는 선택을 했다.
전반기 한화는 파격적인 실험을 거듭했다. 결과적으로 중구난방의 마운드 운영이 이어졌고, 시즌 중반까지 야수진 구성도 계속 변화가 생겼다. 개혁에 따른 변화로 감내하기에는 결과는 너무나 참혹했다.
성과도 분명 있다. 한화는 유례없는 리빌딩을 단행. 신인투수들의 성장과 야수진의 개편을 일부 이뤄냈다. 동시에 마운드 운영의 새 틀도 짤 수 있게 됐다. 시즌 중반까지 선수단의 파악을 거친 이후 제로베이스에서 선수단을 구성한 현 체제가 거둔 성과다. 그런면에서 2014 시즌은 적어도 기대해볼만한 부분이 더욱 많다.
최근 한화는 그간의 문제점을 절감 적극적인 개선에 나서고 있다. 올해 FA시장에서도 이미 적극적인 행보를 예고했다. 2012년 10월 충남 서산시에 최신식훈련시설을 건립하며 ‘서산시대’를 활짝 열었음은 물론, 신인드래프트 선수 영입과 신고선수 선발에도 적극적으로
잃어버린 지난 영광을 되찾기 위한 한화의 노력은 쓰디쓴 현실 인식과 반성 위에서 출발해야 한다. 예고됐던 추락을 언제까지나 감내해야할 의무가 팬들에게는 없다. ‘최고의 팬’을 가진 현재 ‘최악의 구단’ 한화의 겨울은 그래서 더욱 많은 변화들이 필요하다. 눈물을 흘려준 팬들에게 보답해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는 한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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