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윤 기자] 두산이 준플레이오프 1,2차전을 모두 넥센에게 내주며 가을야구 벼랑 끝에 몰렸다. 큰 경기에 대한 경험을 앞세운 두산이었지만 오히려 이게 부담감과 압박감으로 되돌아온 모습이었다.
두산은 가을야구에 단골 손님인 만큼 경험적인 측면을 강조하며 필승을 다짐했었다. 올 시즌 상대전적, 홈팀의 이점, 상대적으로 작은 목동 구장 등 요소들이 모두 넥센의 유리함을 점치게 했지만 두산은 ‘포스트시즌은 성격이 다르다. 큰 경기에서 경험이 없는 선수들은 긴장할 수 있다’는 논리로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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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이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 모두 끝내기 패배를 당해 벼랑끝에 몰렸다. 사진=MK스포츠 DB |
김진욱 두산 감독은 “큰 경기 경험이 없는 선수들은 긴장감으로 작전 수행이 어려울 수 있다. 중요한 승부처에서 보이지 않는 실책성 플레이를 할 가능성이 크다”는 낙관론을 펼친 바 있다.
그러나 뚜껑을 열고 보니 정작 긴장감 압박감에 눌린 듯한 플레이는 두산에서 나왔다. 시즌 내내 매끄럽게 이어지던 수비의 연계 플레이는 찾기 힘들었고 평범한 뜬공도 야수들이 얽히고설키며 겨우 잡아내는 아슬아슬함을 보였다. 내야 수비가 병살 찬스를 놓치기도 했고 투수의 폭투나 실책은 패배의 주된 요인을 제공했다.
타선 역시 마찬가지 였다. 최다 안타 최고 타율 등 가장 강력한 강타선이라 평가 받던 두산은 공격의 집중력은 온데간데없고 산발적인 안타와 무리한 주루플레이로 어렵게 만든 득점기회 조차 무위로 만드는 모습을 보였다.
김진욱 감독이 “4번타순 1루수에 배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던 김현수는 이틀연속 4타수 무안타에 병살까지 가미하며 오히려 공격의 흐름을 끊었고, 정수빈은 무리한 욕심에 주루사를 남발하며 2경기 6타수 5안타의 활약을 퇴색시켰다.
더불어 2차전 당시 아슬아슬한 승부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과도한 수싸움으로 중심타선을 모조리 빼버린 벤치의 선택과 베테랑 불펜 조차 방화를 일삼은 난조는 기존의 예측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많은 경험이 오히려 독이 된 측면도 있다. 박병호에 대해 보인 필요 이상의 부담감이 그것이다. 준플레이오프에 돌입하기 전 두산은 박병호의 한방을 가장 큰 경계대상으로 인식했다. 올 시즌 37개의 홈런포를 쏘아올린 박병호의 존재는 두산에게 분명한 부담이었다. 박병호 역시 1차전 첫 타석에서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존재가치를 증명하기도 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경험이 많은 두산은 박병호를 알아서 피하기 시작했고 승부처의 순간에서의 승부도 피했다. 1차전 9회 말 이택근에게 끝내기를 허용한 것은 다음 타선인 박병호를 상대하지 않으려 무리한 승부를 감행했기 때문이며, 2차전 연장 끝내기 역시 유인구로만 일관하다 사사구로 출루를 허용한 것이 빌미를 제공했다.
강한 자신감으로 3타석을 범타처리한 2차전 선발 유희관을 제외하면 두산의 마운드는 박병호를 알아서 피해갔고 결국 이는 2연패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됐다.
넥센을 상대하면서 유일한 자신감이었던 ‘경험’마저 무너진 두산은 그야말로 벼랑 끝이다. 이제 두산은 남은 3개 경기를 모두 이겨야 플레이오프에서 LG를
11일 잠실로 장소를 옮겨 펼쳐지는 3차전은 홈 무대이자 가장 큰 구장이기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할 것이으로 예상된다. 반면 또다시 패배한다면 변명의 여지가 없다.
“1차전 당시 비에 젖은 그라운드가 부상을 유발 할 수 있어 수비가 불안했다”, “결과가 좋지 않아서 그렇지 당시에는 최선의 선택이었다”등의 이유는 용납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