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유광점퍼 입어야 되나요?”
11년 만의 가을야구를 앞둔 김기태(44) LG 트윈스 감독의 고민이다. ‘유광점퍼’는 LG의 가을야구를 상징하는 반들반들 윤이 나는 가을용 점퍼다. 이제는 입을 자격을 갖췄다. 그런데 김 감독은 고민이다.
LG는 16일부터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를 치른다. 준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3차전을 앞두고 있는 넥센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승자와 맞붙는다. 넥센이 두산에 2연승을 거두며 시리즈 스윕 1승만 남겨둔 상태다.
김기태 LG 트윈스 감독의 가을 복장은 변함이 없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룬 김 감독이 유광점퍼를 입고 경기장에 나설까. 사진=MK스포츠 DB |
시즌 막판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잠실구장을 찾는 LG 팬들은 이미 유광점퍼로 한껏 멋을 냈다. 지난 10년 동안 입어보지 못한 유광점퍼의 한을 풀기 위해 일찍부터 가을야구 기분을 냈다.
최근 포스트시즌을 준비하는 LG 훈련장에도 유광점퍼가 등장했다. 김무관, 서용빈 타격코치 등 LG 코칭스태프도 유광점퍼를 입고 그라운드에 나섰다. 하지만 김 감독은 유광점퍼를 아직 꺼내지 않았다. 평소 입던 유니폼을 입은 채 훈련에 임했다.
김 감독은 LG 지휘봉을 입은 이후 단 한 번도 경기 중에 유광점퍼를 입은 적이 없다. 김 감독은 “아마 경기 중에 입은 적은 없던 걸로 안다. 이번에도 유광점퍼를 입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유는 하나다. 성격이 그렇다. 김 감독은 항상 조심스럽다. 최대한 오버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LG 사령탑에 오르면서 몸에 익은 습관이다. 극적으로 플레이오프 직행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아직도 부담이 되는가”라고 묻자 김 감독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 감독은 정규시즌 128경기를 치르면서 숨도 제대로 못 쉬었다. 정규시즌 마지막 날 2위가 확정될 때까지 기쁜 감정을 내색 한 번 하지 못했다. 김 감독은 이틀 휴식 동안 그동안 가졌던 부담 때문에 집에서 쓰러져 있었다. 김 감독은 “내 등이 소파에 붙어 있었는지, 소파가 내 등에 붙었는지 모르겠더라. 침대에도 못 가고 그냥 소파에 누워서만 지냈다”고 했다.
LG는 올 시즌 이미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다.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이어 16년 만의 플레이오프 직행을 이뤄냈다.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가 남아있지만,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한 시즌이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여전히 긴장을 풀지 못했다. 김 감독은 “올 시즌 우리가 참 재밌는
가을야구는 축제다. 그렇다면 김 감독도 유광점퍼를 당당히 입고 즐겨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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