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두산이나 넥센이나 필승 카드는 ‘외국인투수’였다. 절대 신뢰의 카드였고, ‘승부수’였다. 하지만 둘 다 웃을 수는 없었다. 두산은 웃었고, 넥센은 울었다.
12일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두 팀의 외국인투수 기용은 ‘깜짝’까지는 아니었다. 하루 전날 치른 3차전이 연장 14회까지 가면서 두 팀의 불펜 자원은 ‘부하’가 걸렸다. 넥센은 6명이, 두산은 3명이 가동됐다. 피 말리는 승부가 펼쳐졌던 1,2차전까지 고려하면 불펜은 피로가 누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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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의 니퍼트는 12일 넥센과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 8회 구원 등판해 2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해 팀 승리를 지켰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실상 이날 경기에서 두 번째 투수 카드는 매우 중요했다. 두산과 넥센은 선발투수로 각각 이재우와 문성현을 내세웠다. 앞서 꺼냈던 선발 카드와 비교해 다소 떨어지는 게 사실. 서로 상대의 선발투수를 두들기며 빨리 마운드에서 끌어내는 게 관건이었다.
그렇지만 결과론적으로 두산이나 넥센은 상대의 선발투수를 흔들지 못했다. 위태롭기는 해도 이재우와 문성현은 합쳐 1실점 밖에 하지 않았다.
필승 카드를 먼저 꺼낸 건 넥센이었다. 3회 문성현이 선두타자 정수빈을 스트라이크 낫아웃으로 출루시키자 밴 헤켄을 호출했다. 지난 9일 2차전 선발 등판했던 밴 헤켄을 3일 만에 내세웠다.
승부수였다. 그리고 염경엽 감독의 판단은 괜찮았다. 밴 헤켄은 3회와 4회, 5회를 모두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구위와 제구 모두 뛰어났다. 안타와 볼넷 1개씩만 허용하며 두산 타선을 완벽히 틀어막았다.
하지만 지나치게 좋았다는 게 ‘화근’이었다. 넥센은 ‘한 번 더’를 외쳤고, 밴 헤켄은 6회에도 마운드에 올라갔다. 5회까지 투구수는 41개였다. 바통을 넘겨도 될 법 했으나, 한 이닝을 더 맡기고자 했다. 그러나 이게 문제였다.
밴 헤켄의 위력 넘치던 직구는 6회 오재원의 안타와 함께 최재훈의 역전 2점 홈런으로 이어졌다. 너무 위력적이었던 직구에 당한 밴 헤켄과 넥센이었다. 역전을 허용한 뒤, 이 1점차를 끝내 뒤집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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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이닝은 무리였을까. 완벽하게 던지던 넥센의 밴 헤켄은 12일 두산과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6회 최재훈에게 역전 2점 홈런을 허용했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6회 2사 1,2루 위기에 등판한 핸킨스는 첫 타자 강정호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7회 아웃카운트 2개를 잡은 뒤 연속 안타를 허용했지만 문우람을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넥센의 반격을 막아냈다.
8회 등판한 니퍼트는 깜짝 카드였다. 5차전 선발투수가 유력했던 니퍼트를 투입해 4차전을 이기고자 했던 두산이었다. 니퍼트는 첫 타자 이택근을
핸킨스와 니퍼트의 투구 이닝은 1⅓이닝과 2이닝. 홀로 4이닝을 던진 밴 헤켄과는 대조적이었다. 더욱이 짧게 던지게 하면서, 운명의 5차전에도 이 외국인투수 불펜 필승 카드를 또 꺼낼 수 있도록 한 건 중요한 소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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