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일 먼저 양 팀 감독이 배수의 진을 치고 앤디 밴 헤켄과 더스틴 니퍼트의 구원 등판이라는 승부수를 냈다. 불펜이 불안한 상황에서 반드시 승리를 거둬야 하기에 ‘쫓기는 팀’의 수장과 ‘쫓는 팀’의 수장이 낼 수 있었던 최선의 선택이었다.
오늘은 물론 어제까지 수훈갑은 사실 최재훈이었다. 3차전서는 연장 14회까지 마스크로 쓰고 투수들을 잘 리드하면서 정확한 송구와 견제로 흐름을 끊어줬고 4차전서는 타석에서까지 좋은 모습을 보였다. 승부처는 역시 6회 최재훈의 역전 투런홈런이었다. 선발 30분 앤디 밴 헤켄이 하위타순의 최재훈에게 홈런을 맞는 것은 넥센 선수나 코칭스태프 모두 예상을 못했던 부분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넥센에게는 뼈아팠다. 최재훈의 홈런이 승부처이자 가장 중요한 장면이었다. 수비 기여도도 높았다. 선발투수만 놓고 봤을 때 이재우가 버텨줄 수 있었던 부부분에는 포수와의 호흡도 크게 작용했다. 어제와 오늘 모두 타격을 제외한 포수로서 능력은 상당히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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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훈은 준플레오프 4차전 6회 역전 투런홈런을 날려 두산에 귀중한 승리를 선사했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두산 역시 마찬가지다. 1회말 만루에서 2루 주자 오재일이 타구에 맞은 것은 선수들이 경기를 읽는 눈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 만루였기에 그런 주루플레이가 나올 필요도 없었고 나와서도 안됐다. 이런 실수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여도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만약 여기서 두산이 추격점을 곧바로 냈더라면 경기 흐름은 또 달라졌을 것이다.
넥센은 중심타자의 침묵이 크다. 박병호는 1차전 솔로홈런 이후 제 타격을 못해 주고 있다. 오늘 2루타를 치면서 다소 부할했지만 아직은 지켜봐야 할 점이 많다. 특히 강정호가 자신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물론 감독의 용병술과 역량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으로 선수들이 제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는 넥센과 두산 모두 같다.
예를 들면 밴 헤켄의 등판은 벼랑 끝 전술을 의미한다. 여기서 선수들이 수장의 의도를 간파하고 그에 맞는 플레이를 해줘야 했지만 넥센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두산은 결과론적으로 니퍼트의 등판이 성공적으로 돌아갔다는 점에서 힘을 받을 수 있는 측면이 많을 것이다.
두산은 여전히 불펜에 크나큰 문제와 숙제를 안고 있다. 니퍼트의 등판과 1~3차전 후반 흔들림은 빈약한 두산 불펜의 현주소다. 그럼에도 넥센보다는 두산이 분위기를 가져왔다는 것. 3차전부터 가져온 라인업의 변화도 좋은 결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흐름을 탔다. 양 팀 모두 공격이나 투타 라인업의 완성도는 아직 떨어지지만 가을야구는 분위기 싸움이다.
넥센의 홈인 목동에서 치르는 준 PO 5차전은 양 팀의 일장일단은 있다. 하지만 여러 여건과 유불리보다 현재 흐름의 승부의 부담감을 이겨내는 것이 더 중요하기에 넥센이 두산보다 더 부담이 클 것이다.
[전 삼성·LG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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