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원톱 부재라는 문제는 앞으로 계속해서 고민해야할 일이다. 지금 갑자기 (어떤 공격수가)나타난다고 해도 계속 준비를 해야 하는 사안이다. 그 부분의 보완이 어렵다면 다른 부분을 강화시켜서라도 내년 월드컵까지는 대비책을 찾겠다.”
지난 12일 브라질과의 평가전을 마친 뒤 부진했던 전방 공격진과 관련한 홍명보 감독의 견해다. 물론 단테와 다비드 루이스 센터백 콤비와 다니 알베스-마르셀루 측면풀백으로 구성된 ‘철옹성 플랫4’를 뚫지 못했다고 그 팀의 공격력을 무디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골을 넣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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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부분’이 해결되지 않아 ‘다른 부분’을 준비해야하는 과정에서 구자철 딜레마가 펼쳐지고 있다. 빨리 맞는 옷을 입혀주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사진= MK스포츠 DB |
자신감까지 결여됐던 개인기로는 한 명의 수비수도 제치기가 힘들었는데 유기적인 호흡이나 연계 플레이가 전혀 보이지 않았으니 제대로 된 공격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이청용이나 김보경 그리고 후반에 들어온 손흥민까지, 측면 공격수들도 효과적이지 못했으나 무엇보다 아쉬웠던 것은 중앙의 공격력이었다. 이는 지동원 그리고 구자철을 향한 씁쓸함의 다른 표현이다. 지-구 특공대는 홍명보호를 구하지 못했다.
다소 나아졌으나 이번에도 지동원의 움직임은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었다. 정말 최악에 가까웠던 9월 평가전에 비해서는 발이 가볍기는 했다. 하지만 확실히 감각이 떨어져 있었다. 홍명보 감독은 “벤치멤버에는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라며 선덜랜드에서 경기에 뛰지 못하고 있는 것이 큰 문제는 아니라는 뜻을 전했지만, 이쯤이면 우려가 된다.
개인적으로 더 아쉬운 것은 구자철이다. 브라질전에서 구자철은 지동원과 함께 공격을 이끌었다. 투톱으로 보아도 크게 이상할 것 없는 위치에서 지동원과 호흡을 맞췄다. 둘이 나란히 서기도 했으며 다소 밑에서 받치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위치에서든 효과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방에서부터 강하게 상대를 압박했던 모습은 좋은 점수를 줄 수 있겠으나 적어도 공격적인 면만 봤을 땐 후한 평가는 어렵다.
지난 9월 아이티 및 크로아티아전에서도 구자철은 전방 공격수로서의 가능성을 테스트 받았다. 아이티전은 후반 시작과 함께 투입돼 45분을 공격수로 뛰었고 크로아티아전에서는 전반에 수비형MF로 뛰다 후반부터 원톱으로 보직 변경됐다. 마땅한 원톱 자원이 없는 상황 속에서 펼친 구자철이라는 고육책은 썩 성공적이지 못했다. 당시 구자철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했다. 그리고 브라질전에서도 ‘공격수’ 구자철은 그리 인상적이지 못했다.
물론 구자철은 공격적인 재능이 충분한 선수다. 현재 볼프스부르크에서는 수비형으로 뛰고 있으나 지난 2011년 아시안컵에서도,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도 구자철의 공격력은 눈으로 확인됐다. 이는 홍명보 감독도 잘 알고 있다. 단, 전제가 있었다. 확실한 공격수가 있는 상황에서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사실이다. 대회 득점왕에 올랐던 아시안컵 때는 지동원이라는 샛별이 함께 사고를 쳐줬고, 런던에서는 박주영이 있었다.
과거의 발자취를 봤을 땐 공격형MF가 가장 어울려 보이는 구자철이다. 스스로도 그 자리를 가장 선호한다는 뜻을 밝혔다. 런던올림픽에서 구자철을 그렇게 활용했던 홍명보 감독도 모를 리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 부분(원톱의 부재)’이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다른 부분(대안)’을 준비하고 강화시켜야 하는 것이 감독의 몫이다. 그
어디서 가장 빛을 발하는지는 알고 있다. 하지만 다른 곳에 문제가 커 재주 많은 구슬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형국이다. 누구보다 구자철을 잘 알고 있는 홍 감독에게 오지랖 넓은 조언이겠으나 빨리 맞는 옷을 찾아주는 것이 구자철에게도 팀에게도 필요해 보이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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