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김원익 기자] 포스트시즌이나 주말 주요 경기를 앞두고 야구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 있다. 바로 수많은 암표상들이 버젓이 암표를 팔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야구위원회는 입장권 구입 방법을 개선하고, 정부는 적극적으로 단속에 나서고 있다. 이렇듯 강산이 바뀌고 시대가 바뀌었음에도 암표는 어째서 근절되지 않는 걸까? 단순하다. 수요가 충분한데다 솜방망이 처벌의 제도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속이 쉽지 않고 처벌 또한 경미해 범죄의 재발을 막기 어려운 구조가 암표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2013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2차전이 열린 17일 잠실구장은 일찌감치 만원을 이뤘다. 전석 인터넷 예매로 진행되는 포스트시즌 티켓 2만 5500석 전석이 매진됐기 때문. 예매취소분이 없으면 현장판매가 이뤄지지 않음에도 많은 팬들은 현장창구 개시인 오후 3시 이전부터 경기장을 찾았다. ‘현장 판매 없음’이라는 안내에도 불구하고 ‘혹시나...’하는 마음에서 창구를 찾는 발길도 끊임없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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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표상이 근절되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은 경범죄의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다.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3프로야구 플레이오프 2차전을 응원하고 있는 야구팬.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이유는 간단하다. 잠실구장에 모인 암표상들은 담합을 하고 있다. 여러 종류의 표를 다량 구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하자 한 암표상은 “지금 나한테는 없지만 구해주겠다”며 다른 암표상에게 전화를 걸어 티켓 보유 현황을 묻는다. 이렇게 소개를 해 준 이는 일종의 수수료 개념의 돈을 일부 받는다. 대부분, 혹은 다수의 암표상들이 이런식으로 담합을 통해 암표를 파는데 커넥션을 형성하고 있다.
물론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줄었다. 적극적으로 단속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도 잠실구장 주변에는 180명의 경찰, 의경 병력이 배치됐다. 잠실야구장 단속 관할부서는 송파경찰서 생활지도계다. 관할 인원과 경기장에서 가장 가까운 잠실지구대의 인원과 의경들이 지원을 나왔다.
그렇다면 왜 이런 대대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암표상이 근절되지 않는 걸까. 송파경찰서 김 모 경위는 “현장에서 판매과정을 직접 잡아야 한다. 제보나 간접 단속은 소용이 없다. 구매자들은 처벌을 받지 않는데, 구매자들이 암표를 구입한 가격, 본인의 신상과 관련된 정보를 경찰측에 제공해야 하는 과정을 꺼려하기에 처벌이 어렵다”며 단속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설령 이런 과정을 거쳐 현장에서 암표상을 잡더라도 경범죄에 그친다. 암표상들은 암표 몇 장을 팔면 얻을 수 있는 수익정도인 범칙금 16만원만 내면 곧바로 풀려난다. 경범죄 처벌법 제3조에 따르면 암표 매매 행위는 ‘흥행장, 경기장, 역, 나루터, 정류장, 그 밖에 정해진 요금을 받고 입장시키거나 승차 또는 승선시키는 곳에서 웃돈을 받고 입장권·승차권 또는 승선권을 다른 사람에게 되판 사람’으로 명시하고 있다. 기껏해야 몇 시간 정도의 구류나 최대 20만원 정도의 범칙금을 내는 것이 처벌의 전부다.
김 모 경위는 “범칙금이 적기 때문에 암표상들은 단속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라며 “솜방망이 수준의 암표 판매 처벌이 암표상들이 활개를 치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밝혔다. 사실 범칙금 16만원에서 20만원도 무거워진 수준이지만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
요즘 암표상들은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상에서 더욱 기승을 부린다. 인터넷 예매를 통해 다수의 티켓을 구입한 이후 이를 중고 거래 사이트 등을 통해 더 비싸게 되파는 방식이다.
경기 시작을 앞두면 현장 암표상들은 더욱 기승을 부린다. ‘살 사람은 비싼 돈을 주고도 다 사게 된다’는 것이 그들의 호언장담이다. 언제까지 순수하게 야구를 즐기고 싶은 일반 팬들이 몇배의 웃돈을 주고 축제를 즐겨야 할까. 근본적인 제도의 개선과 이를 단속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 없이는 요원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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