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이상철 기자]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미래를 키울 박경완 퓨처스(2군) 감독이 23일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2군 선수단 인사와 새 코칭스태프 회의, 그리고 첫 훈련을 실시하면서 첫 날을 보냈다. 여기에 언론의 인터뷰 요청도 쇄도했다. 숙면도 취하지 못한 채 감독으로서 출근한 첫 날은 정신없이 바빴다.
박경완 2군 감독은 “(지도자가 된 뒤)말을 참 많이 하는 것 같다. 2000년 최우수선수상(MVP)을 수상했을 때도 이렇게 말을 하지 않았는데”라며 식은땀을 흘렸다. 그렇지만 지도자가 된 첫 날, 그의 눈빛은 강한 의지로 빛났다. 지도자로서 첫 발을 내딛은 박경완 2군 감독을 인천 문학구장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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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박경완 2군 감독. 23일부터 새 코칭스태프와 함께 본격적으로 SK 2군 선수단을 이끌었다. 사진(인천)=김영구 기자 |
23일 문학구장으로 가는 길은 평소와 달랐다. 매일 밥을 먹듯이 운동하러 갔던 그 길을 ‘감독’이 되어 갔다. 평소와 같은 길이었지만 마음가짐은 남달랐다. 박경완 2군 감독은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더라. 어젯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어떻게 움직이고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머릿속이 백지상태 같았다”라며 긴 숨을 내쉬었다.
감독이 되니 할 일이 많았다. 이날 오전 9시25분 선수단 상견례를 한 박경완 감독은 곧바로 코칭스태프와 회의에 들어갔다. 훈련 일정 및 프로그램 등을 짜야 했다. 또한 포수만이 아니라 전 포지션에 대해 이해하고 관리를 해야 했다.
박경완 2군 감독은 “선참으로서 말하는 것과 지도자로서 말하는 게 차이가 있더라”라며 “코치가 아닌 감독이니 모든 걸 다뤄야 했다. 일정도 짜야 하는 등 할 게 많다”고 말했다.
SK는 이날 코칭스태프를 확정했는데, 2군 코치에는 박경완 2군 감독보다 선배가 적지 않다. 박경완 2군 감독은 불편하지 않고 오히려 편하다고 했다. 그는 “지도자 경험이 더 많은 선배들이 있어 편하다. 조언을 얻을 게 많고, 또한 내가 뭔가를 부탁하기도 편하다. 가르침보다 배움이 더 필요한데 좋은 점을 많이 배우려 한다”라고 말했다.
▲SK에 대한 남다른 애정
박경완 2군 감독은 하루 전날인 22일 23년의 프로 생활을 마감했다. 역대 최고 포수이자 레전드의 은퇴에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했다. 그 역시 많은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그의 은퇴 선언 전까지 현역 연장에 대한 이야기가 퍼졌다. 특히 쌍방울 레이더스 시절 은사인 조범현 감독이 있는 KT 위즈행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관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박경완 2군 감독의 답변은 간단했다. ‘아니오’였다. SK에 대한 애정이 컸기에 떠나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KT에 조범현 감독이 부임하면서 그가 따라갈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이는 박경완 2군 감독의 귀에도 들어왔다. 박경완 2군 감독은 “내 진로를 빨리 결정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어느 팀을 도와야 한다면 그건 SK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SK에서 마무리를 짓고 싶었다”라며 비룡군단을 떠날 뜻이 없었음을 명확히 했다. 한국시리즈 우승 3회를 한 SK에 대한 깊은 애정을 함께 표현했다.
그렇다면 남은 건 SK에서 더 선수로 뛰느냐였다. 지난해 말 ‘유종의 미’를 강조했던 박경완 2군 감독은 구슬땀을 흘렸지만 올해 8경기 출전에 그쳤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만족스럽지 않은 시즌이었다. 박경완 2군 감독은 “1년 더 뛸 지에 대해 고민을 했다. 그렇지만 (만약 내년에도 좋지 않다면)누구보다 내 자신에 대해 실망할 것 같았다”라며 아쉬움을 뒤로 하고 지도자로 출발한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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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박경완 2군 감독. 23일부터 새 코칭스태프와 함께 본격적으로 SK 2군 선수단을 이끌었다. 사진(인천)=김영구 기자 |
은퇴를 선언한 그에게 SK는 2군 감독직을 제의했다. SK의 파격적인 대우에 박경완 2군 감독은 고심을 했고, 수락을 했다. 남들과는 다른 길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어차피 그 길은 가야 할 길이었다. 누구보다 해보지 않았던 길, 그렇기에 더 강한 도전의식이 생겼다.
박경완 2군 감독은 “주변에서 나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게 (고민하는 동안)불안요소가 되기도 했다”라며 “하지만 어느 자리든지 어차피 내가 겪어야 할 일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지더라. 지로자로서 첫 출발한 거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즐겁게 하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도 인지하고 있었다. SK의 미래를 키워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부진 각오도 내비쳤다. 박경완 2군 감독은 “올해 SK가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내년에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1군 백업을 잘 해야 한다. 그게 내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박경완 2군 감독은 이렇다 할 지도자상을 그리지 않았다. 그저 23년의 선수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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