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진격의 거인’ 김신욱이 드디어 득점랭킹 선두에 올랐다. 김신욱은 30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홈경기에서 후반 4분 김용태가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박스 안에서 정확한 헤딩슈팅으로 연결해 결승골을 뽑아냈다.
3경기 연속 득점을 성공시킨 김신욱은 시즌 18호골을 터뜨리며 제주 페드로(17골)를 제치고 득점레이스 선두로 치고 나갔다. 부상까지 당한 페드로의 페이스가 크게 떨어진 상태이고 3위 케빈(14골)과 4위 김동섭(13골)은 격차가 조금씩 벌어지고 있다. 이런 흐름이라면 2010년 유병수(당시 인천)에 이어 3년 만에 토종 골잡이가 득점왕에 오르는 시나리오도 충분히 가능하다.
김신욱이 울산의 리그 선두를 이끌면서 자신은 득점랭킹 선두에 올랐다. 머리로 발로, 무르익은 골감각을 자랑하고 있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의 선택이 궁금해진다. 사진= MK스포츠 DB |
이 중요한 3경기에서 김신욱이 모두 골을 넣었다. 지난 27일 수원전(2-1)과 30일 서울전은 결승골이었다. 골의 순도를 따졌을 때도 김신욱의 활약상은 발군이다. 골을 넣는 방식이 다양하다는 것도 김신욱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과거에는 그저 ‘머리’를 잘 쓰는 장신 공격수의 인상이 강했던 김신욱은 ‘머리’를 잘 쓰고 ‘발’도 잘 쓰는 공격수로 거듭나고 있다. 최근 3경기 연속골 중 앞선 2경기에서는 모두 발로 골망을 흔들었다. 특히 지난 20일 서울 원정에서 터뜨린 ‘감아차기’ 골은 일품이었다. 한상운의 패스를 받은 김신욱은 수비가 떨어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 빠른 판단력으로 슈팅을 시도했다. 그리고 김신욱의 발을 떠난 공은 전성기 때 티에리 앙리의 슈팅을 떠올리게 하는 아름다운 궤적을 그렸다. 김신욱의 킥이 머리 못지않은 레벨임을 입증한 장면이다.
30일 홈에서 열린 서울전에서의 헤딩 결승골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키가 커서 헤딩을 잘하는 선수가 아니라 기본기가 단단한 선수임을 증명한 플레이다. 수비수가 김신욱을 놓쳐 자유로운 영향이 있었지만, 김신욱은 두 다리를 지면에 붙인지 정확하게 이마로 공을 맞춰 원하는 방향으로 공을 보내는 슈팅을 시도했다. 공격수의 수준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쉽지 않았던 득점 장면이다.
이처럼 발로 머리로 또 2선으로 내려오는 다양한 움직임으로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을 아낌없이 과시하고 있는 김신욱이다. 그래서 관심은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의 선택으로 향한다. 김신욱은 지난 7월 동아시안컵 이후 홍명보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하고 있다. 마땅한 원톱 자원이 없다는 이야기 속에서도 김신욱은 철저히 배제됐다. 장신을 지향하는 단순한 롱볼 플레이는 팀에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했다.
이런 냉정한 평가 속에서 김신욱은 절치부심했고 묵묵히 실력으로 또 포인트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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